본문 바로가기

[단독] "한국인, 톱5 대학" 1000만원짜리 中유학생 논문 대필

중앙일보 2020.08.18 05:00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문, 과제 대필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재한 유학생 커뮤니티 등에 광고를 올려 신청자를 모집하고 국내 대학 석박사 졸업생들이 대필해주는 방식이다.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직접 연관없음. 중앙포토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문, 과제 대필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재한 유학생 커뮤니티 등에 광고를 올려 신청자를 모집하고 국내 대학 석박사 졸업생들이 대필해주는 방식이다.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직접 연관없음. 중앙포토

 

“한국어, 영어 다 됩니다. 경영, 경제, 국문, 언론, 사회, 과학 대필은 우리가 최고 잘해요!”

 
중국인 유학생 대상 대필업자 A씨의 SNS 소개 페이지에는 이런 중국어 안내문이 올라와 있다.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 유학생들이 졸업논문이나 과제 대필을 의뢰하면 A씨는 국내 대학 석·박사 출신 대필자를 연결해 번듯한 ‘작품’을 만들어준다. 대필 비용은 수백만 원에 달하지만 이런 업체는 한 두 곳이 아니다.
중국인 유학생 대상 대필업자의 SNS 소개 페이지. '공부의 신이 돼라'는 제목 아래 '대필 엄청 잘함', '대필 취업 전문', '한국어 영어 다 된다'는 내용의 문구가 들어있다. 인터넷 캡처

중국인 유학생 대상 대필업자의 SNS 소개 페이지. '공부의 신이 돼라'는 제목 아래 '대필 엄청 잘함', '대필 취업 전문', '한국어 영어 다 된다'는 내용의 문구가 들어있다. 인터넷 캡처

 

"서울 TOP5 대학 출신 한국인이 써드려요" 

중앙일보 취재 결과 최근 국내 중국인 유학생 사이에서 졸업논문이나 과제, 발표문 등을 대신 써주는 대필업체가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메신저 ‘위챗’을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대필업체와 접촉할 수 있다.
 
한 중국 유학업체는 홈페이지에 버젓이 주요 업무로 ‘대필 서비스’를 소개해놓고 대필업체를 연결해주고 있었다. 해당 업체 홈페이지는 중국어로 “서울의 TOP5 대학 석박사 출신 ‘공부의 신’이 일대일로 서비스한다”며 “100% 창작해서 써드린다”고 밝혔다.
 
‘대필 팀원 소개’ 페이지에는 서울대 석사, 고려대 석사, 한양대 석사, 한국외대 석사, 연세대 학사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팀원 사진은 그림으로 대체했고 이름은 '이 선생', '천 선생', '안 선생' 등으로 익명으로만 나와 있다.
중국인 유학생 대상 대필업체 홈페이지의 대필 팀원 소개글. 서울대, 한국외대, 한양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라며 '100% 창작 대필'을 강조한다. 인터넷 캡처

중국인 유학생 대상 대필업체 홈페이지의 대필 팀원 소개글. 서울대, 한국외대, 한양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라며 '100% 창작 대필'을 강조한다. 인터넷 캡처

 
대필업체 상담원에게 졸업 논문 비용을 물었다. 그는 “학사는 150만원, 석사는 600만원, 박사는 1000만원에 써준다”며 “졸업까지 책임지고 수정도 해준다”고 설명했다. 상담원은 “한국에서 제일 전문적인 논문 플랫폼”이라며 “전부 한국 선생님(대필자)이 해준다”고 강조했다.
 

석사논문은 2주, 학사논문은 하루면 완성 

이들 중국 대필업체에서 일하는 대필자들은 주로 국내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 또는 중국인이다. 실제로 대필업체를 통해 일해본 적이 있다는 B씨는 “돈이 급히 필요해 대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학사 논문 비용 150만원 중 그가 가져가는 몫은 20~30만원 정도다. 간단한 보고서는 1~2만원을 받기도 했다. 업체가 80% 정도를 가져가는 셈이다.
 
B씨는 “한 달에 학사 논문은 서너편, 석사 논문은 한편, 보고서는 수도 없이 많이 썼다”며 “하다 보면 속도가 붙어서 학사 논문은 하루면 가능하고 석사 논문은 2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일하던 업체에는 지방대 박사 출신 대필자도 있었다”며 “최근 3~4년 사이 수요가 크게 늘어 대필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중국 유학생 대필 기승

영국 로이터, 호주 공영 ABC뉴스 등 해외 주요 언론에서도 중국인 유학생의 대필(Ghostwriting) 문제를 보도했다. 인터넷 캡처

영국 로이터, 호주 공영 ABC뉴스 등 해외 주요 언론에서도 중국인 유학생의 대필(Ghostwriting) 문제를 보도했다. 인터넷 캡처

중국인 유학생 대상 대필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3~4년 사이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016년 미국 아이오와대학 중국인 유학생들이 숙제와 시험까지 대필했다고 보도했다. 호주 공영방송 ABC뉴스도 2019년 호주 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의 대필이 성행한다고 보도했다. ABC뉴스는 이에 대해 “부정행위가 급성장하는 산업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들 국가도 대필 작업이 이뤄지는 방식은 국내와 비슷하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자주 쓰는 위챗 메신저를 이용해 대필을 의뢰하고 에세이 한편에 1000달러(약 120만원) 정도를 받는 식이다.
 

유학생 4명 중 3명은 어학 능력 부족

이처럼 대필이 성행하는 것은 국내 중국인 유학생들의 어학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큰 이유 중 하나다. 대필자로 일한 B씨는 “의뢰받은 건 대부분이 한국어를 잘 못 하는데 논문은 써야 하는 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외국인 유학생 16만165명으로, 중국인은 7만1067명에 달한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어능력시험 4급 또는 토플 530점 이상의 어학 능력을 충족한 학생은 25.5%에 불과하다. 대학들이 어학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을 마구잡이로 유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인 유학생 대필의 배경에는 대학이 어학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을 무분별하게 유치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중앙포토

중국인 유학생 대필의 배경에는 대학이 어학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을 무분별하게 유치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중앙포토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 이모(27)씨는 “조별 과제를 할 때 중국 유학생이 있으면 말이 안 통해 답답한 적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생들은 한국 학생과 따로 학점을 매기니까 공부를 제대로 안 해도 편하게 학점을 받다가 졸업할 때가 돼서야 논문이 필요해 대필을 하더라”고 했다.
 
대학들은 유학생 대필에 대해 잘 몰랐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유학생들이 여러모로 도움을 받는다고 알고 있었지만, 돈을 주고 대필까지 하는 줄은 몰랐다”며 “표절이 아닌 대필을 걸러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양인성 인턴기자·김지혜 리서처 nam.yoonseo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