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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표그룹 주력 계열사 15개중 11곳 상반기에 매출 줄었다

중앙일보 2020.08.18 05:00 경제 1면 지면보기
6월 경기 고양시 한 창고에 쌓인 재고 물품. 뉴스1

6월 경기 고양시 한 창고에 쌓인 재고 물품.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한국의 경제를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매출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중앙일보가 15대 그룹(자산 기준, 농협 제외) 주력 계열사 15곳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중앙일보, 국내 재계 15대 그룹 분석 결과
7곳은 매출·영업이익 동시 감소

조사 결과 15곳의 대기업 중 11곳의 매출이 줄었다. 매출 감소로 인한 투자 여력 위축으로 훗날 회복기가 왔을 때 재도약에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사 대상 기업 중 매출 감소 폭이 가장 큰 회사는 대한항공(-33.3%)이다. 그다음 SK이노베이션(-29.0%)ㆍGS칼텍스(-25.0%)ㆍ포스코(-12.6%) 순으로 나타났다. 항공ㆍ정유ㆍ철강 산업에 대한 코로나19의 타격이 컸다는 점이 매출액 감소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도 상반기 매출(108조2913억원)이 지난해보다 0.2% 줄었다. 영업이익은 13% 늘었지만, 장사 규모 자체는 키우지 못했다.

15대 그룹 주력사 중 11곳 매출 줄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5대 그룹 주력사 중 11곳 매출 줄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LG전자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 늘었지만, 매출은 9.8%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부터 비용 감축 노력을 해온 몇몇 기업들 중에서 코로나19 시기에 지출 감소와 겹쳐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불경기가 오면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줄어드는 매출액보다 더 큰 비용을 감축해 영업이익을 일시적으로 올리는 시도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버는 돈 자체가 늘어서 좋아 보일 수는 있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측면에서 절대 좋은 신호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까지 함께 줄어든 기업은 더 많다. 조사 대상 15개 기업 중 7개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액이 7.4% 줄어든 현대자동차(47조1783억원)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 판매량이 회복되고 판매관리비를 줄여 손실액을 최소화하고는 있지만, 1년 전보다 영업이익(2조626억→1조4541억원)도 큰 폭으로 줄었다.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두산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988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8118억원)에 비하면 87% 감소한 수준이다. 
대기업 본사가 모여있는 서울 시내의 모습. 뉴시스

대기업 본사가 모여있는 서울 시내의 모습. 뉴시스

 
오프라인 유통기업도 올 상반기 애를 먹었다. 업계 맏형인 롯데쇼핑은 매출(-8.8%)과 영업이익(-82.0%)이 모두 줄었고, 이마트는 영업이익(-97.8%) 감소를 겪었다. 그나마 이마트는 새로 문을 연 점포와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스 매장들이 선방하면서 매출액(+13.4%)은 늘었다.
 

한국조선해양과 CJ제일제당은 매출과 영업익 모두 늘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늘린 곳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CJ제일제당이 그렇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선ㆍ플랜트ㆍ엔진기계 등의 수주를 지난해 수준으로 이어가는 동시에 대형 프로젝트 공사의 비용 감축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 발주 등 3분기 시장 호재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은 오히려 코로나19 수혜를 본 기업이다. 가정용 가공식품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여파가 걷힌 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느냐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어려운 시기를 맞아 그동안 불필요하게 썼던 비용을 줄이고 있다면 훗날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매출이 줄어든 탓에 필요한 설비를 못 사고 인재를 뽑지 못하고 있다면 타격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출 감소에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오히려 늘린 회사도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10조5777억원을 R&D에 썼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5% 많은 금액이다. 현대차(15.2%)와 LG전자(2.3%)도 R&D 투자를 각각 늘렸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경기가 지속되거나 거쳐갔을 때, 차별화·전문화를 꾀했던 회사와 아닌 회사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기헌ㆍ이소아ㆍ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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