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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압박' 벨라루스 대통령 "권력 나눌 수 있지만, 새 대선은 없다"

중앙일보 2020.08.18 01:55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공장 노동자들을 만났다. AP=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공장 노동자들을 만났다. AP=연합뉴스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권력을 공유할 용의가 있고, 이를 위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순순히 권력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MZKT 트럭 공장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는 "시위대의 압력에 밀려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권력 재분배를 위한 헌법 개정 가능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이미 선거를 치렀다. 내가 죽기 전까지는 야당이 원하는 새 대통령 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17일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17일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루카셴코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권력 일부 이양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고 헌법적 권한을 넘겨주겠다"며 "국민투표 후 국민이 원한다면 총선과 대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권 후보 "난 국가 지도자 준비 됐다"

대선에서 루카셴코에 맞붙었던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연설 영상을 통해 "나는 정치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운명은 나에게 독단적인 통치와 불의에 대항하는 전선에 서게 했다"며 "나는 국가 지도자로서 행동하고 책임을 떠맡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지난 5월 당국에 체포된 반체제 인사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으로, 남편을 대신해 출사표를 던졌다.
 
대선에서 루카셴코에 맞붙었던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EPA=연합뉴스

대선에서 루카셴코에 맞붙었던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EPA=연합뉴스

 
한편 벨라루스의 대선 불복 시위는 지난 9일 선거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6기 집권에 성공했다는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시작됐다. BBC 등 외신은 수도 민스크 등의 시위대 규모를 22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1991년 소련이 해체하며 독립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93년 의회에서 반부패위원장을 맡아 부패 척결에 나서며, 현직 실세 정치인들을 몰아내 민심을 얻었다. 이를 토대로 다음 해인 94년 치러진 첫 민선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이후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는 등 장기집권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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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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