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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실물경제 괴리 커지는데…공매도 살려? 말아?

중앙일보 2020.08.18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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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산책하러 나간 개가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인다.’
 

“증시 상승세에 찬물 끼얹는다”
정치권·동학개미, 해제에 반대

계속 막다 거품 붕괴땐 피해 더 커
외국인 이탈로 득보다 실 전망도

프랑스 등 유럽 6개국 공매도 재개
말레이시아 등서만 계속 금지

실물 경제와 주가지수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흔히 주가지수는 반려견, 실물 경제는 개 주인에 비유한다. 산책하러 나간 개는 주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결국 주인을 따라가게 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후 실물 경제는 침체한 상황에서 주가지수만 급등했다. 거품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공매도 금지(9월 15일 종료)의 연장 여부로 논쟁이 옮겨붙고 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코스피 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코스피 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중앙일보가 2000년 이후 대표적인 경기 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전산업생산지수, 코스피 주가지수를 비교·분석한 결과 2018년 1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1.8에서 올해 6월 93.0으로 떨어졌다. 제조업·서비스업 등 산업 분야 생산 활동을 보여주는 전산업생산지수도 2018년 107.4에서 올해 2분기 105.1로 하락했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2018년 2041.04에서 올해 7월 2249.37로 올랐다. 지난 14일에는 2407.49에 장을 마감했다. 〈그래프 참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풀린 현금 유동성이 증시에 쏠린 효과가 컸다고 본다. 각종 규제로 주택을 사들이기 어려워진 20대~40대 계층의 여유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영향도 있었다. 여기에 지난 3월16일부터 6개월간 시행 중인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도 한몫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후,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값에 다시 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전산업생산지수와 코스피 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전산업생산지수와 코스피 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주로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미 투자가를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 연장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주가가 갑자기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은 물론 야당 일각에서도 일정 기간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등 정치권도 거들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공매도 금지를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추가 연장하고, 불법 공매도는 20년 이상 징역형 등으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를 할 수 없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외국인과 기관만 축구 경기에서 양손을 쓰는 격”이라는 말했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가 계속되면 주가지수와 실물 경제 간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증시가 어느 순간 경기를 따라 하락하기 시작하면 투자자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프랑스 등 유럽 6개국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 일부만 공매도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어 언젠가는 이를 부활시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공매도를 계속해서 금지하면 기업 실체와 상관없이 테마주 등에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엔 거품 붕괴에 따른 개인 투자자 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면 단기적으론 투자 심리 안정으로 (주가가)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 대한 접근을 꺼릴 수 있는 점 등 길게 보면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공매도와 주가 간의 상관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지난 5개월간은 주가가 올랐지만, 같은 조치가 있었던 2008년 10월에는 한 달간 코스피가 30% 이상 하락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13일 한국거래소 주최 토론회에서 “주가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공매도와 주가 변동성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문현경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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