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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언니들이 입으니 펑퍼짐 ‘추리닝’도 멋진걸

중앙일보 2020.08.18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유재석·비와 함께 그룹 ‘싹쓰리’를 결성했던 이효리가 가요 프로 출근길 패션으로 헐렁한 베이지색 트레이닝복을 선택했다. [사진 MBC ‘놀면 뭐하니’]

유재석·비와 함께 그룹 ‘싹쓰리’를 결성했던 이효리가 가요 프로 출근길 패션으로 헐렁한 베이지색 트레이닝복을 선택했다. [사진 MBC ‘놀면 뭐하니’]

‘센 언니’ 전성시대다. 예능 프로 ‘놀면 뭐하니’에서 맹활약한 ‘린다G’ 이효리부터 가수 화사, 제시 등 강한 캐릭터의 여가수들이 예능 프로까지 휩쓸며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이 센 언니들에게 공통되는 패션이 있다. 바로 헐렁한 트레이닝(일명 추리닝)복. 주로 회색의 펑퍼짐한 스타일로 보통은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이다.
 

이효리·제시·화사 예능 패션 인기
집콕 생활 늘며 간편복으로 재조명

이들은 컨셉트가 정해져 있는 가요 프로그램 무대나 잡지 화보에선 몸에 딱 달라붙거나 강렬한 패턴·반짝이가 들어간 화려한 의상을 입지만, 촬영하러 가는 ‘출근길’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땐 여지없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한다. 이효리는 가요 프로 ‘엠카운트다운’ 출근길에 베이지색으로 통일한 바람막이 점퍼 상의와 바지통이 넓은 조거 팬츠(발목을 조인 트레이닝복)를 입었고, 제시는 운동복으로 봐도 무리 없는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티셔츠 허리를 잘라 나름의 섹시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최근 일상복으로 운동복 같은 회색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 가수 제시. [뉴스1]

최근 일상복으로 운동복 같은 회색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 가수 제시. [뉴스1]

연예인들의 출근길 패션은 대개 편안한 스타일이었지만 청바지에 티셔츠 정도였다는 점에서 ‘추리닝’패션은 센 언니들의 대담한 선택인 듯하다. ‘노브라’ 패션으로 과감한 시도를 한 바 있는 화사는 아예 신곡 ‘마리아’의 뮤직비디오 의상으로 회색 트레이닝복 팬츠를 선택했다.
 
이들의 트레이닝복을 두고 현재 전 세계 패션 업계에서 유행하는 1990년대식 뉴트로 물결을 배경으로 꼽기도 한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대표(트렌드랩506)는 “지금은 음악과 패션에서 90년대 힙합이 대세”라며 “특히 흑인 스트리트 패션이 중심이다. 데님 소재의 배기팬츠(자루처럼 넉넉하고 폭이 넓은 바지)와 커다란 티셔츠, 그리고 트레이닝복이 대표적인데 요즘 인기 있는 여가수들은 이 중에서 가장 편하고 스포티해 보이는 트레이닝복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상복으로 운동복 같은 회색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 가수 화사. [사진 화사 SNS 캡처]

최근 일상복으로 운동복 같은 회색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 가수 화사. [사진 화사 SNS 캡처]

코로나19의 영향도 크다. 자가격리·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세계적으로 애슬레저 패션(일상에서 입는 운동복)의 인기가 높아졌다. 덕분에 ‘원마일 웨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집에서부터 1마일(1.6㎞)권 내에 입을 수 있는 옷, 동네 가까운 곳에 나갈 때 외출용으로도 입는 홈웨어를 일컫는다. 꾸밈없이 편안하고 심플한 옷차림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패션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용어다. 이 대표는 “90년대 유행한 헐렁한 티셔츠와 배기팬츠 스타일의 청바지도 함께 유행할 만한데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서 입고 있기 불편한 청바지는 뒷전으로 밀리고 트레이닝복이 유행 아이템이 됐다”고 분석했다.
 
파워풀한 여성의 이미지를 잘 드러낸다는 측면도 있다. 레트로풍과 스포츠 패션이 조합된 세련된 옷인 동시에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나의 편안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자아존중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 트레이닝복은 움직이기 편하다는 기능적인 장점이 있다. 댄스 가수들에겐 필수 조건이다.
 
펑퍼짐한 트레이닝 하의에 크롭 톱 또는 허리를 자른 셔츠로 섹시함을 연출하는 것도 센 언니들의 영리한 선택이다. 이한욱 스타일리스트는 “90년대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유행한 여성 힙합 스타일”이라며 “여성 댄스 가수라고 하면 노출 패션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기존 공식을 깬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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