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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문 입맛에 맞는 말만 한다”고 지적받는 민주당 전대

중앙일보 2020.08.18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새 대표와 지도부를 뽑는 민주당 전당대회(8월 29일)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반전도, 흥행도, 정책 경쟁도 없는 3무(無) 전대”라는 자조가 나온다. 우선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게 흥행 실패의 1차적 원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확산 추세와 핵심 기반인 호남·중부의 집중적인 홍수 피해로 일부 대의원 대회가 취소돼 분위기를 띄우지 못한 탓도 있다.
 

거대 여당 전대, 열흘 앞이지만 국민 관심 못 끌어
정책 실패와 입법 독주 반성없는 ‘그들만의 잔치’

하지만 국회 176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전당대회가 이렇게 국민에게 외면받는 현실의 함의는 간단치 않다. 전당대회가 지지세를 결집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란 점을 고려한다면 뭔가 단단히 고장났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얼마 전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국회 5분 발언이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당의 지지율 상승까지 견인해냈다. 윤 의원은 시장원리를 왜곡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부동산 정책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자신들만의 ‘패거리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의 이야기’를 한 게 감동을 줬다.
 
지금 민주당은 정반대다. 국민이 듣고 싶은 절절한 이야기는 도외시한 채 ‘그들만의 잔치’로 흐르고 있다. 내부에서도 “후보들이 친문 당원들 입맛에 맞는 말만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23차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전·월세 대란까지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 문제를 지적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발(發)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이념 편향 정책으로 시장이 왜곡되고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의 폭주에 제동을 거는 발언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니 전당대회 와중인데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통합당에 역전되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친일 인사 국립현충원 파묘(破墓)’ 주장을 편 김원웅 광복회장 발언에 대한 후보들의 반응은 국가관마저 의심케 한다. 김 회장은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를 친일과 결탁한 민족 반역자라는 허위 주장을 늘어놔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런데도 이낙연 후보는 “광복회장으로서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을 차분하게 따져보지 않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또 웬일인가”라고 말했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력한 대선 주자라면 분명한 국가관과 역사관에 따라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게 마땅하다.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화법과 ‘호들갑’ 운운하는 게 친문을 겨냥한 득표전략일 수는 있겠으나, 정치 지도자로선 부적절한 발언이다. 매사가 이런 식이니 국민이 등을 돌리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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