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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경합주 다시 박빙…‘바이든 리퍼블리칸’ 새 변수 등장

중앙일보 2020.08.18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17~20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미국 대선 레이스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가운데 코로나19 등으로 돌발 변수가 속출하는 2020 미 대선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트럼프 반대” 공화당 운동 확산
‘레이건 찍은 민주당’ 상황과 유사
반트럼프 약발 지속될지는 의문
트럼프, 4%P로 지지율 격차 좁혀

 
 
“또 트럼프를 찍느니 차라리 참치 샌드위치에 투표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낙선운동 단체인 ‘트럼프에게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RVAT)’ 웹사이트에 올라온 한 유권자의 발언이다. 이런 영상이 600개도 넘는다.
 
17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가운데 ‘바이든 리퍼블리칸(Biden Republican)’의 폭발력이 주목받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을 찍겠다는 ‘신인류’의 등장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 캠프 출신의 전략가들이 주축이 된 ‘링컨 프로젝트’도 대대적 트럼프 낙선운동과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합주의 온건한 공화당 지지자, 보수 성향의 중도 표심이 이들의 타깃이다.  
 
올해 대선에서 헌법 수호 맹세를 저버린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주의를 물리치겠다고 나선 미 대선 슈퍼 정치활동위원회( Super PAC)링컨프로젝트의 홈페이지.

올해 대선에서 헌법 수호 맹세를 저버린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주의를 물리치겠다고 나선 미 대선 슈퍼 정치활동위원회( Super PAC)링컨프로젝트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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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류가 풀뿌리 유권자들에게까지 확산된다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핵심은 경합주의 교외 지역에 사는 유권자들”이라며 “2016년에는 상당수가 트럼프를 찍었지만,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트럼프의 혼란스러운 리더십에 불안을 느끼고 바이든을 찍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이 대선 출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2004~2016년 대선에서 교외 유권자(suburban voters)의 비율은 45~50%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NPR은 “2012년 한 번을 제외하면 부시 W 대통령 이후 교외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후보가 선거에 이겼다”고 설명했다. 또 “‘사커 맘’으로 상징되는 교외 거주 여성들은 지난 20년간 공화당의 집중 관리 대상이었지만, 지금 이들은 트럼프 편에 있지 않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 교외 거주자는 백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인종이 다양해진 것도 변인 중 하나다.  
 
민주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은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바이든 리퍼블리칸을 ‘레이건 데모크랫’에 비유했다. 1980년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층인 블루 칼라 노동자들이 공화당 후보인 로널드 레이건에게 대거 표를 던지며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했는데, 바이든 리퍼블리칸들이 이번에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취지다.
이매뉴얼은 더 나아가 “중요한 것은 2020년 이후에도 그들이 우리 편에 서있게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기고 제목부터 ‘바이든 리퍼블리칸들이여, 등돌리지 마오’였다.
 
민주당도 이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 전대 준비위원회가 발표한 정강정책 초안은 독자적 비전 제시보다는 트럼프가 망쳐놓은 미국을 재건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80쪽짜리 초안에 복원(restore)이란 단어는 26번, 공평(equity, 공평한ㆍ불공평한 등 포함) 관련 단어는 37차례 등장한다. 정책 비전 슬로건이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다.
 
문제는 ‘반(反)트럼프 약발’이 얼마나 지속될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거나 경기 회복 조짐이 보여 반사이익이 제거되면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는 ‘트럼프 대 바이든’ 구도가 된다. 이럴 경우 과연 바이든이 경쟁력 있는 후보인지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두 후보 간 지지율 차이도 줄어드는 추세다. 16일 CNN에 따르면 6월 조사에서는 바이든이 55%, 트럼프가 41%였는데 최근 조사에선 지지율 차가 4%포인트까지 줄었다(바이든 50%, 트럼프 46%) 15개 경합주에서는 더 박빙이었다.(바이든 49%, 트럼프 48%).
 
미국대선

미국대선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오바마 정부 8년간 이뤄진 사회의 진보화에 대한 반감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만큼 ‘트럼프가 싫다’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바이든 자신이 좀 더 매력적이어야 해볼 만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으로 투표가 어려운 상황도 가정해야 한다. 열성 지지자를 더 많이 보유한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퓨 리서치가 7월 27일~8월 2일 미국 성인 1만11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투표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응답은 바이든 지지층 중 60%, 트럼프 지지층 중 35%로 차이가 났다. 대면 선거운동이 제약되는 만큼 티비 토론의 중요성도 커졌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유권자들 사이에 미국 사회의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하지만, 바이든의 리더십으로 이를 흡수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라며 “수치상으로는 바이든에게 유리해도 섣부른 예측은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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