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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맞나" 의아했던 78일…거꾸로 김종인에 통합당 떴다

중앙일보 2020.08.17 17:34
미래통합당이 창당 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17일 발표에 따르면 통합당 지지율은 36.3%로 민주당(34.8%)을 1.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특히 재보궐 선거를 앞둔 서울에선 통합당 39.9%로 31.2%를 기록한 민주당을 8.7%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이런 지지율 추이에 대해 “부동산 등 정책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김 위원장이 취임 78일 만에 통합당을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도 못잖다.
 

‘기본소득, 호남 껴안기’ 선수 치기 달인?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위원장의 당 운영 스타일은 ‘선수 치기’로 요약된다. 추경, 기본소득 등 진보 진영의 어젠다를 과감하게 선점하는 동시에, 여론이 돌아선 이슈는 과감하게 손절매한다.

총선 전후로 이슈가 됐던 재난 지원금의 경우 야당 내에서 가타부타 말이 많았지만, 김 위원장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잘랐다. 비대위원장에 취임해선 한술 더 떠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치고 나섰다. 과거 통합당 지도부가 ‘반(反) 문재인’ 전선에 올인했던 것과 다르다. 당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불필요한 다툼은 시작도 말라는 게 김 위원장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선수 치기가 민주당이 짠 ‘프레임’을 벗어나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집값 폭등 당시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 들자 김 위원장은 판에 박힌 ‘여당 규탄’ 대신 “수도 이전을 하고 싶으면 서울시장 재보궐 때 민주당 공약으로 내라”고 역공했다. 지난 10일에는 수해 피해가 커지자 “호남에서 수해복구를 하자”며 당 지도부를 이끌고 호남으로 향했다. 당 관계자는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여당보다 한발 앞서 호남을 다독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어르신 온다는데…” 의외의 ‘주호영 궁합’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6월 20일 충북 속리산 법주사에서 회동하고 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페이스북 캡처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6월 20일 충북 속리산 법주사에서 회동하고 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페이스북 캡처

 
주호영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의 호흡도 아직까진 합격점이다. 6월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영남 5선인 주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이 힘겨루기하지 않겠냐는 우려였다. 하지만 상임위 독식 등 거여(巨與)의 ‘몰아치기’에 주 원내대표가 휘청하자 오히려 두 사람의 ‘케미(조화와 호흡)’가 빛을 발했다. 한 관계자는 당시 일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여당과의 갈등이 치닫던 지난 6월, 김 위원장이 ‘주 원내대표가 칩거하는 경북 불영사를 찾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 원내대표는 ‘어르신이 오기엔 먼 길인데…’라며 짐을 싸서 충북 법주사까지 올라갔다. 이날 김 위원장은 ‘원내대표는 최선을 다했다. 상임위원장을 다 줘도 된다’며 주 원내대표의 짐을 덜어줬다.”
 
김 위원장과 원내 지도부는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다고 한다. 한 원내 인사는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태극기 부대나 보수 유튜버들과 거리를 두는 데 힘을 실어줬다”며 “8월 초 의총에서 일부 중진들이 장외 투쟁을 주장하자 김 위원장은 ‘내 임기 내에서 그럴 일은 없다’고 잠재운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제발 쓸데없는 소리 말라” 메시지 컨트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부동산값 폭등과 수해가 터지자 김 위원장은 “여당이 위기일 때 우리가 흥분하면 실수가 나온다”며 말을 아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정원석 비대위원이 ‘섹스 스캔들’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자 김 위원장은 곧바로 ‘활동중단 2개월’ 징계로 논란을 진화한 일도 있다.
 
한 전직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세월호 막말’ ‘N번방 발언’ 등으로 자책골을 넣은 걸 생각하면 같은 당이 맞나 싶을 정도”라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이 진열 정비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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