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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소비자가 먼저 ‘뒷광고’ 철퇴 들어야

중앙일보 2020.08.17 00:15 종합 28면 지면보기
최선욱 산업1팀 기자

최선욱 산업1팀 기자

결론부터 얘기하면 유튜브·인스타그램의 ‘뒷광고’는 나쁘다. 식품 회사로부터 협찬금을 받은 사실을 숨긴 채, 한 유튜버가 어떤 라면·피자의 맛에 스스로 감탄하는 것처럼 만든 ‘먹방’을 좋게 봐줄 여지는 없다. 음식이 아닌 화장품·가전제품·영양제여도 마찬가지다. 그 내용에 속아 물건을 산 사람이 몇 명인지 파악하기 전이라도, 콘텐트 이용자에게 거짓말을 했거나 중요 정보를 숨겼다는 비난의 화살은 피하기 어렵다.
 
다만 뒷광고 논란에 대해 공권력이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할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뒷광고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단속해왔다.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광고’로 보는 것이다. 이를 어긴 광고주는 해당 상품 매출액의 최대 2%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공정위가 뒷광고 단속을 예고한 건 2018년 9월이었다. 뒷광고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불리던 때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랑콤·입생로랑·설화수·다이슨청소기 등을 파는 7개 회사가 적발돼 2억69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정부 단속에 따라 뒷광고 관행이 사그라들었다고 평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뒷광고에 대한 비난 여론을 최근 폭발시킨 건 민간의 자율 감시 결과여서다.
 
노트북을 열며 8/17

노트북을 열며 8/17

지난달 말부터 몇몇 유튜버들은 ‘뒷광고 저격영상’ ‘아는 만큼 말씀드리겠습니다’ 등의 게시물을 올리며 자신의 경쟁 상대인 ‘뒷광고 유튜버’들을 비판했다. 본인은 정직하게 협찬 사실을 밝히고 있다는 홍보도 빼먹지 않았다. 이용자들의 진실 요구가 이어졌다. 결국 비판 대상이 된 유튜버들은 사과문을 내거나, 다른 이슈로 번진 비판 여론을 이기지 못해 채널을 닫기도 했다.
 
이런 소비자 감시 성과를 드높이려는 노력보다, 뒷광고 비판 시류에 올라타려는 정치권 움직임도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대표 발의한 법안은 뒷광고를 한 광고주뿐 아니라 유튜버까지 처벌하도록 했다. 평판 저하 그 이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인터넷 유명인’으로 지정한 사람이 그 대상인데, 그 기준에 대한 판단 차이 때문에 정치적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 유튜버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뒷광고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유명해지는 편법도 예상된다.
 
뒷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으려는 정부·정치권의 역할은 필요하다. 다만 시장 경쟁자와 소비자의 자율 개입·판단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번 규제 논의엔 반영되지 않고 있다. 나쁘다고 철퇴부터 든 표현물 규제가 자율성 침해 논란까지 빚는 또 다른 사례가 나와선 안 된다.
 
최선욱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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