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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3D프린터로 만든 수술 도구 써 최적 자리에 인공관절 쏙

중앙일보 2020.08.17 00:04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고용곤 병원장(가운데)이 연세사랑병원에서 개발한 절삭유도장치인 PSI로 관절염 말기 환자의 인공관절 치환술을 집도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고용곤 병원장(가운데)이 연세사랑병원에서 개발한 절삭유도장치인 PSI로 관절염 말기 환자의 인공관절 치환술을 집도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병원 탐방 연세사랑병원

수입에 의존하던 수술 핵심 장치
성능 업그레이드해 국산화 성공
30분 내 끝나는 ‘3D 맞춤형 수술’

 
‘다리뼈가 맏아들’이라는 속담이 있다. 튼튼한 뼈와 관절 덕분에 몸을 움직이고 삶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고마운 관절을 망가뜨리는 대표 질환이 퇴행성 관절염이다. 무릎 연골이 닳아 뼈끼리 마찰을 일으키면서 관절 내 염증과 통증을 일으킨다. 약물치료·주사요법, 물리치료로도 호전되지 않는 말기 환자에겐 ‘인공관절 치환술’이 최후의 보루다. 손상된 관절·연골을 갈고, 그 자리에 인공관절과 인공연골을 끼우는 수술법이다. 연세사랑병원 서동석(정형외과 전문의) 원장은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관절 수술법도 진화를 거듭해 다양해졌다”며 “종류별로 인공관절 치환술의 장단점을 따져보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공관절 수술법 진화 거듭해 다양
인공관절 치환술은 약 20년을 주기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1세대 인공관절 치환술은 1970년대 미국에서 출발한다. 무릎을 절개해 관절·연골을 갈고 인공관절을 끼워넣는 자체가 기술력이었다. 단, 의사가 환부를 절개한 뒤에야 해부학적 구조를 볼 수 있어 수술시간이 2시간 정도로 길 수밖에 없었다. 절개 범위도 커(20㎝) 출혈 과다, 감염, 색전증·혈전증·폐부종 같은 합병증 위험이 도사렸다. 이후 90년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기술을 적용한 2세대 인공관절 치환술은 영상으로 해부학적 구조를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수술시간은 약 70분으로 줄었다. 하지만 의사의 손기술과 숙련도에 따라 수술 후 ‘하지 정렬’ 여부가 판가름났다. 하지 정렬은 고관절·무릎·발목의 정중앙을 잇는 축이 일직선을 이루며 다리가 올곧은 상태를 가리킨다. 서 원장은 “이 축에서 3도만 벗어나도 무릎에 체중 부하가 골고루 분산되지 못해 인공관절의 한쪽이 계속 닳아 결국 인공관절의 수명을 떨어뜨리고 재수술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 축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2010년대에는 내비게이션·로봇·3D프린터 등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3세대 인공관절 치환술이 보편화했다. 3세대 중 내비게이션 수술은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처럼 적외선 센서가 절개 부위를 짚어주며 알려주는 방식이다. 2세대 수술법보다는 절삭 각도의 정확도가 높고 수술시간(40~50분)은 단축됐지만 수술 시 센서를 뼈에 심을 때 골절·염증 발생 위험이 크다. 반면에 최근 널리 활용되는 로봇 수술은 의사의 손을 대신해 로봇 팔이 뼈를 절삭한다. 손 떨림 걱정이 없어 오차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2세대 수술보다 치료비 부담이 크고 수술시간이 1시간 정도로 길다.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하 3D 맞춤형 수술)은 3세대 수술법 중에서도 수술시간(30분)이 가장 짧다. 2010년 미국·유럽 등지에서 개발돼 국내에선 연세사랑병원이 2013년 9월 최초로 도입했다. 3D 맞춤형 수술은 우선 수술 1~2주 전 무릎 MRI 검사를 통해 무릎관절의 모양·크기 등 구조를 측정한다. 그리고 3D 시뮬레이션으로 가상 수술을 집도해 인공관절을 어디에 어느 각도로 넣을지를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 개인의 맞춤형 수술 도구를 3D프린터로 전송해 출력한다. 이렇게 완성된 출력물이 관절의 절삭 부위를 안내하는 ‘PSI(Patient Specific Instrument)’라는 절삭유도장치다. 수술 시 PSI를 손상된 관절 부위에 그대로 끼우고 관절을 깎아내면 이후 인공관절이 정확하게 제자리에 들어설 수 있다.
 
수술시간 짧아 감염 위험 크게 줄어
이 수술의 핵심인 PSI는 앞서 연세사랑병원이 3D 맞춤형 수술법을 도입할 당시엔 100% 해외 기술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PSI를 발주하면 미국·북유럽 등을 거쳐 한국에 완성품이 도착하기까지 6~7주나 걸렸다. 당연히 제작비도 비쌌다. 이에 연세사랑병원은 2014년부터 2년간 연구에 몰두해 ‘업그레이드판’ PSI의 자체 제작에 성공했다. 기존 PSI에 굴곡형의 ‘브릿지’ 구조를 추가해 환자의 관절을 더 야무지게 감싼다. 수술 시 하지 정렬 축의 정확한 각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제작 기간은 2주 이내로 짧다.
                   
수술 방식별 예후 및 수술시간 비교
수술 방식 2세대 수술 3D 맞춤형 수술
하지 정렬 축  이상 비율 (3도 초과) 전체 환자의 26% 전체 환자의 5.7%
수술시간 70분 30분
절개 범위 20㎝ 10~12㎝
  
연세사랑병원의 PSI 설계 기술은 2016년 ‘브릿지 구조를 포함하는 인공 무릎관절 환자 맞춤형 수술 가이드 및 이를 제작하는 방법’(특허 제10-1675581호)과 ‘정렬 로드를 포함하는 인공 무릎관절 환자 맞춤형 수술 가이드 및 이를 제작하는 방법’(특허 제10-1675584호) 등 2건의 특허로 등록됐다. 탁대현(정형외과 전문의) 진료부장은 “PSI를 활용한 3D 맞춤형 수술은 수술시간이 30분도 채 되지 않아 수술 시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인 데다 하지 정렬 축의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2~2015년 이 병원에서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환자 170명을 대상으로 수술 방식에 따라 하지 정렬 축이 3도를 초과한 비율을 비교한 결과, 2세대 수술을 받은 환자 그룹(100명)은 26%가 3도를 초과했지만 3D 맞춤형 수술을 받은 환자 그룹(70명)은 이 비율이 5.7%에 불과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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