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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공화·민정·한나라당 거친 김원웅 역사는 어떻게 지울거냐"

중앙일보 2020.08.16 15:19
정치권에 또다시 친일 공방이 불붙었다. 불을 지른 사람은 김원웅 광복회장이다. 그는 15일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친일 미청산은 한국사회의 기저질환”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직함 없이 지칭했다.
 
김 회장은 이어 “친일·반민족 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며 이들을 이장해야 한다는 이른바 ‘파묘(破墓)’ 논란에도 다시 불을 지폈다. “안익태가 베를린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연주회를 지휘하는 영상이 있다.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며 사실상 ‘애국가 폐지’ 도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애국지사 4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애국가를 4절까지 따라 부른 뒤에 연단에 올라 한 말이다.
 

박주민 등 “김원웅 말 깊이 새겨야”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 회장의 ‘친일 청산’ 발언에 16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통합당의 과녁은 김원웅 광복회장이 아닌 아베 일본 총리여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통합당 소속 정치인들이 김 회장의 발언을 잇달아 비판하자 내놓은 반응이다.  
 
전날 통합당에선 “김 회장의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원희룡 제주지사), “박정희의 공화당에 공채 합격해서 전두환의 민정당까지 당료로 근무한 김원웅, 한나라당 창당에 참여해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김원웅의 역사는 어떻게 지우겠느냐”(김근식 당협위원장)는 등 날 선 반발이 쏟아졌다.
 
김기현 의원은 “민주당 홍영표 전 원내대표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당시 최고위직인 중추원 참의를 지냈고 민주당 5선 의원으로 최고위원을 역임한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의 아버지는 일본 헌병이었다”며 “김원웅 회장은 이런 사람부터 먼저 정부ㆍ여당에서 내쫓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야당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서도 한병도 의원은 “화해와 용서의 대상이 되지 못한 친일파 및 그 부역자들이 국립현충원에 함께 묻혀 있는 부조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 또한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김 회장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숙의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통합당은 친일파의 대변자인가”(유기홍 의원), “김원웅 회장님의 광복절 축사 말씀을 깊이 새기고 있다”(박주민 의원)는 등 김 회장에 대한 옹호 발언이 이어졌다.
 

진중권 “지지율 떨어지니 ‘토착왜구’ 프레이밍”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등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등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당에선 김 회장의 기념사에서 시작된 민주당 인사들의 동조 발언이 지지율 회복을 위한 여권의 ‘반일장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배준영 대변인은 “(김 회장의) 편가르기에 동조하는 여당 인사들에게 묻는다. 75년 전의 극심한 갈등으로 회귀하고 싶은가”라며 “광복절이 상처를 입었다”고 논평했다.
 
김 회장의 발언을 둘러싼 여야의 이념 논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김원웅씨의 도발적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토착왜구’ 프레이밍을 깔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역사와 보훈의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그 경박함이야말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제일 먼저 척결해야 할 구태”라고 썼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식민지, 전쟁 세대는 더는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니다”며 “극우의 ‘종북몰이’, 극좌의 ‘친일몰이’를 이제 쓰레기통에 버려야 대한민국이 미래로 간다”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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