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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日과 마주앉겠다"한 날…日 각료 최대 규모 야스쿠니 참배

중앙일보 2020.08.15 13:11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8·15 경축사에서 "언제든 일본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현직 관료 4명이 태평양전쟁 패전(종전) 75주년인 15일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다. 

15일 고이즈미 환경상 등 4명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각료의 패전일 참배는 2016년 이후 4년만
아베 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 대신 공물보내고
야스쿠니 인근 전몰자 묘원 찾아 헌화
외교부 "깊은 실망과 우려, 성찰과 반성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상(장관, 가운데)이 15일 태평양전쟁 패전(종전) 75주년을 맞아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경내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상(장관, 가운데)이 15일 태평양전쟁 패전(종전) 75주년을 맞아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경내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패전일을 맞아 일본 현직 관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건 4년 만에 처음이고, 올해 4명이나 참석한 건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종전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각료 숫자는 2013~2015년에 매년 3명, 2016년에 2명 있었지만 2017~2019년에는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근래 들어 최대 규모의 참배가 이뤄진 셈이다. 이에 따라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일본 정부와 의회의 지도자들이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고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현다"며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올바로 직시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어야만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엄중히 지적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종전) 75주년인 15일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 앞에 참배객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종전) 75주년인 15일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 앞에 참배객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고위 관료는 지난해 9월 내각에 합류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장관)을 비롯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영토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 등이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참배 후 기자들에게 “부전(不戰)의 맹세를 새롭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에토 영토담당상은 한국과 중국에서 반발할 것이라는 지적에 “(전몰자 추도 방식은) 중국이나 한국의 얘기를 들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참배를 하지는 않았지만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바쳤다. 아베 총리는 이날 다카토리 슈이치(高鳥修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을 통해 자민당 총재 명의로 야스쿠니 신사에 봉납할 나무장식품인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에 흰 종이를 단 것) 비용을 보냈다. 
 
다카토리 보좌관은 아베 총리가 “평화의 초석이 된 전몰자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제2차 집권을 시작한 지 1년 후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으나 그 뒤로는 종전일과 봄·가을 제사인 춘·추계 예대제 때에 공물만 보내고 있다. 이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침략 전쟁을 용인하는 행위로 보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물 봉납도 침략전쟁을 이끈 사람들에 대한 예를 표하는 성격이어서 논란이 돼 왔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찾는 대신 이날 신원불명 전몰자의 유골을 안치한 시설로, 야스쿠니 신사 인근에 조성된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묘원’을 찾아 헌화했다.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일본이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어서 제국주의 침략 전쟁의 상징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특히 태평양전쟁을 이끌어 전후 극동 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도조 히데키(東條英機ㆍ1884∼1948) 총리와 무기금고형을 선고받고 옥사한 조선 총독 출신인 고이소 구니아키(小磯國昭ㆍ1880∼1950) 등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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