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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어도 먹고싶은 그 맛" 여행 못가는 대신 주문한 기내식

중앙일보 2020.08.15 06:00
기내식, 언제쯤 먹을 수 있을까. [중앙포토]

기내식, 언제쯤 먹을 수 있을까. [중앙포토]

 “똑똑, 기내식 배달 왔어요.”  

 다시 기내식을 먹을 날이 오기는 할까. 해외여행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겨냥한 틈새 비즈니스가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다. 기내식 비즈니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전엔 누리지 못했던 인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기내식이 과거의 향수가 된 지금, 기내식이라도 먹으며 비행하는 기분이라도 즐겨보자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저비용 항공사인 제트블루는 실제로 판매해온 패키지 그대로 기내식 배송을 시작했다. 고객 중엔 올해 겨울 휴가로 호주를 방문 예정이었던 미국인 아메리카 에드워즈(23)도 있다. 에드워즈는 비행기 표를 취소하는 대신 기내식 배달을 선택했다. 에드워즈는 WSJ에 “솔직히 고급 미식은 아니었지만, 최악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기내식과 함께 기내 제공 스낵 패키지까지 풀코스로 즐기며 나름의 여행 기분을 냈다고 한다. 
 
기내식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임퍼펙트 푸드라는 회사는 최근 기내식 패키지 판매 건수 4만건을 달성했다고 WSJ는 전했다. 코로나 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 기내식 배달 비즈니스가 새롭게 뜨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기내식 센터가 지난 4월 텅비어있다. 지난해 3월 하루 약 8만 식의 기내식을 만들던 이 센터는 현재 하루 2천900여 식만 생산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기내식 센터가 지난 4월 텅비어있다. 지난해 3월 하루 약 8만 식의 기내식을 만들던 이 센터는 현재 하루 2천900여 식만 생산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 19 이전에도 기내식 배달 서비스는 있었다. 항공업계 전문 매체인 ‘뷰 프롬 더 윙’의 지난 6월 9일 자 기사에 따르면 기내식 전문업체인 에어푸드원은 이미 2014년에 기내식 지상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내식 수요 조사에 실패했을 때 남는 기내식을 승객 아닌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해보자는 발상이었다. 결과는 실패. 항공 여행이 일상의 일부였을 때, 기내식을 굳이 지상에서 찾는 이는 드물었다.  
 
기내식 자체가 맛이 뛰어나진 않다. 인도네시아 국적기인 가루다 인도네시아의 마케팅 담당인 마르첼로 마시에는 WSJ에 “기내식은 (높은 기압 탓에 미각이 둔감해지는 것을 고려해) 조금 더 짜고 양념을 강하게 한다”고 전했다. 가루다 역시 기내식 지상 판매를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고객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 코로나 19 시대인 만큼 주로 배달을 한다. 인기 메뉴는 오믈렛이라고 한다.  
지난 4월 기내식 지상 판매를 시작한 한 기업의 홍보 트윗. [트위터 캡처]

지난 4월 기내식 지상 판매를 시작한 한 기업의 홍보 트윗. [트위터 캡처]

가루다 기내식을 좋아한다는 파딜 안샤르는 WSJ에 “기내식은 원래 이런 맛이어야 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안샤르가 받아든 기내식은 이코노미석 좌석에 딱 맞는 작은 트레이에 오밀조밀 담긴 오믈렛과 플라스틱 식기였다. 한국으로 따지면 대한항공은 기내식 비빔밥을, 아시아나는 쌈밥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일부 편의점에서 기내식 도시락을 판매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WSJ는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기내식 배송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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