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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악플에 극단 선택도…‘100% 아웃링크’ 도입해야

중앙선데이 2020.08.15 00:20 699호 10면 지면보기

댓글 부작용 해결책

지난 7일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국내 포털 3곳은 게재하는 모든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결정했다. 최근 한 프로배구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면서 일부 포털 이용자들의 욕설·비방 등 악성 댓글(악플) 작성이 또 논란이 된 직후다. 지난해 국내 포털 시장점유율 57.7%를 기록한 네이버 측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그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전·사후적으로 악플 최소화에 매달렸지만 선수들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이 꾸준히 생성됐다”며 “악플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선수들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는다는 판단에 따라 서비스를 이달 중 잠정 폐지한다”고 밝혔다.
 

월 평균 2571만건 댓글 또 댓글
여론 조작까지, 서비스 논란 지속
IT공룡 여론 독점 탓 각종 부작용

구글은 홈피로 이어주는 역할만
집중 대신 분산…다양성 보장

포털의 뉴스 댓글 서비스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 측은 지난해 10월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중단했다. 당시 잇따라 자살한 젊은 연예인들이 악플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이어 네이버와 네이트도 올 들어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보다 앞선 2018년에는 파워 블로거 ‘드루킹’ 김모씨 일당이 포털에 게재된 정치 뉴스 댓글창에서 공감 수를 조작한 정황이 확인돼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그해 8월 드루킹 특검팀은 “이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8만여 뉴스에 달린 댓글 141만건에서 9971만회에 걸쳐 공감 수를 조작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월 평균 2571만건, 하루 평균 86만건. 국내 포털이 게재하는 뉴스에 달리는 어마어마한 댓글 숫자(지난해 9월 기준 업계 추산치)다. 주요 포털은 2000년대 초반부터 뉴스마다 댓글창을 추가,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도모하고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PC를 넘어 모바일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뉴스 댓글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악플로 특정인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특정 세력이 이득을 보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는 부작용이 빈번하게 생겨났다.
 
지난해 10월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성인 3162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온라인 악플을 달아봤다고 응답한 사람 중 가장 많은 47%가 뉴스 댓글창을 활동지로 꼽았다. 이들은 정치인(29%)과 연예인(18%), 스포츠 선수(14%) 등의 순으로 악플을 달았다. 대부분 분노(55%)와 시기 및 질투(16%)에서 비롯됐지만 스트레스 해소(15%)나 단순한 장난(9%) 목적으로 악플을 다는 경우도 적잖았다. 여론 조작 역시 집단뿐 아니라 개인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수준이다. 중앙일보 ‘팩플’팀은 지난 3월 네이버 정치 뉴스 댓글 36만건과 작성자 15만 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댓글 작성자 중 고작 0.1%인 123명의 ‘헤비 댓글러’가 하루 평균 10개 이상의 댓글을 달면서 여론 형성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이 이런 부작용에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드루킹 논란 직후인 2018년 10월 뉴스 댓글창 운영 권한을 각 언론사에 위임했다. 지난해 4월엔 심한 욕설 등이 들어간 일부 악플을 인공지능이 파악해 자동으로 안 보이게 하는 ‘클린봇’ 기술을 도입했다. 올 들어서는 악플 방지를 위해 사용자의 뉴스 댓글 이력을 공개하기 시작했다(3월). 다음도 6월 들어 뉴스의 추천 댓글 정렬 방식을 재설정했다. 일정 수 이상의 찬성 받은 댓글을 무작위로 노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럼에도 부작용이 이어져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다음에선 뉴스 첫 화면의 댓글창 정렬 방식만 무작위로 바뀌었을 뿐, 이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몇 번 클릭으로 찬반순 정렬된 의견을 볼 수 있다. 네이버의 악플 방지 노력도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중단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일각에선 작성자의 온라인 아이디나 닉네임 대신 실명(實名)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주장하지만, 이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다. 2007년 한때 일부 포털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실시됐다가 2012년 헌법재판소가 개인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 제한 우려를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댓글 서비스 부작용과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를 동시에 불식시킬 만한 최선책으로 포털의 모든 댓글 서비스 폐지와 ‘아웃링크(outlink)’ 방식 전면 도입을 제안한다. 지금의 인링크(in-link) 방식은 포털 내에서 이용자에게 뉴스를 보여주고 댓글도 달게 한다. 이와 달리 구글이 쓰고 있는 아웃링크 방식에선 포털이 뉴스 댓글창을 운영하지 않는다. 뉴스를 서비스하는 각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댓글창에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포털은 이어주는 역할만 한다. 포털에서 검색된 뉴스를 클릭하면 바로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는 식이다.
 
현재 국내 포털은 겉으로는 인링크와 아웃링크를 혼용 중이지만, PC·모바일 모두 이용자가 눈에 잘 안 띄는 배너나 링크를 따로 클릭해야만 아웃링크로 넘어갈 수 있어 사실상 인링크 방식이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네이버 등 국내 포털은 언론사 수백 곳이 입점한 ‘공룡’이 되면서 여론을 독점하고 있다”며 “포털 댓글의 영향력과 각종 악용 가능성이 커진 것도 여기서 비롯된 문제인데 단순한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창 폐지는 정치 뉴스 댓글창 유지와 형평에도 안 맞고 책임 회피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구글처럼 완전한 아웃링크 방식을 채택하면 각 언론사 공론장이 활성화하면서 여론의 다양성이 보장되고 과도한 악플 등 부작용도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네이버 등은 이에 반대하는 언론사도 존재해 아웃링크 일괄 전환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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