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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서 의미 찾아 아우슈비츠 버텼다

중앙선데이 2020.08.15 00:20 699호 20면 지면보기
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

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

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
빅터 프랭클 지음
마정현 옮김
청아출판사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1905~1997)의 대답은 각별하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프랭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나치가 만든 아우슈비츠, 다하우 등 강제수용소에서 3년을 보내야 했다. 그곳에서 부모와 형, 아내를 잃은 그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프랭클이 창시한 로고테라피(Logo therapy, 의미 치료)는 ‘빈 심리치료 제3 학파’라고도 불린다. 제1 학파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제2 학파는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을 가리킨다. 프랭클은 자신의 저서 『영혼을 치유하는 의사』에서 ‘의미 치료’의 기본 개념을 완성했다고 하는데, 1941년 무렵 이를 원고 상태로 가지고 있었다. 이 원고를 강제수용소로 끌려갈 때 가지고 갔고, 외투 안감 속에 실로 꿰매어 숨겨 놓았다. 수용소의 처절한 궁핍과 치욕의 한계상황을 딛고 살아나올 수 있게 한 힘은 두 가지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단 몇 명이라도 다시 만나고, 초안을 끝마친 원고를 언젠가 책으로 출간하는 것이었다.
 
살아서 수용소를 나온 그는 1946년 3, 4월에 걸쳐 세 차례 강연하는데, 이 책은 그 강연을 묶어 펴낸 것이다. 강연 직후 출간됐다가, 2019년에 제목과 맞춤법 등을 손질해 다시 낸 개정판을 이번에 번역했다.
 
프랭클에 따르면,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물을 수 없다. 인간은 질문자가 아니라 대답해야 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물음에 대답하고, 책임지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했다. 불가피한 고통이 눈앞에 있을 때, 고통은 선택에 따라 의미 있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언급도 밑줄 치고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
 
프랭클처럼 예외적인 경험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평범한 삶에도 다양한 형태의 고통이 언제 어디서나 닥칠 수 있다. 삶을 긍정하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제안에 많은 사람이 귀 기울이는 이유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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