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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연애 횟수도 수학이 알려준다

중앙선데이 2020.08.15 00:02 699호 21면 지면보기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키트 예이츠 지음

어렵지만 발 들이면 매력적
수학의 맛 전하는 대중서 두 권

이충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지음
인플루엔셜
 
“수학자는 커피를 정리(定理)로 바꾸는 기계”라고 한 이가 있다. 드물게는 수학 대중서로 바꾸는 이야기꾼도 있다. 수리생물학자인 키트 예이츠가 그중 한 명이다. 수리생물학(Mathematical Biology)이라니 뭔가 싶을 텐데, 메뚜기가 큰 무리를 짓는 방법과 그걸 억제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부터, 포유류 배아의 발달을 좌우하는 복잡한 안무와 그것이 잘못될 경우 발생하는 파국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것까지 연구했고 치명적 질병이 집단 내에서 확산하는 모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생물학과 수학이 만나는(그런 사실이 놀랍지만) 지점이다.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그의 첫 저작인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은 ‘알고 보면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대한 기술이다. 때론 수학이 생사를 가르는 곳이기도 하다. 원제(The Maths of Life and Death)대로 말이다. 무슨 얘기인가 싶을 터인데, 마지막 7장(‘팬데믹 시대, 수학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이 한 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 쓰인 책인데 전염병 확산 패턴을 읽어내는 수학 모형(SIR) 얘기가 길게 담겼다. 1900년대 초반 인도에서 페스트 확산을 지켜본 군의관 등이 중심이 돼 만든 모형이라고 한다. 감염자 1명이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인원을 수치화한 R0값(알제로, 기초감염재생산지수)도, 집단면역도 언급돼 있다. 그는 백신 접종에 대해 “우리 자신이 병에 걸릴 가능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길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딱딱한 얘기만 있는 건 아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결혼하기 전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사귀는 게 좋은지 최적화할 수 있다고 말하며, 18세부터 17년간 1년에 한 명꼴로 만난다고 가정했을 때 6~7년 동안은 마음 편하게 사귀고 그 후에 그때까지 사귄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을 붙잡으라고 권했다.
 
그는 수학이 우리의 눈을 멀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길게 설명했다. 법정에서 제시된 ‘엉터리’ 확률이 유죄 판결을 유도하고, 화장품 회사나 대체의학의 신뢰하기 어려운 효능 주장 등이 반복되는 사례다.
 
2의 제곱근을 처음 계산해놓은 기록이 남아 있는 고대 바빌로니아 석판. [사진 인플루엔셜]

2의 제곱근을 처음 계산해놓은 기록이 남아 있는 고대 바빌로니아 석판. [사진 인플루엔셜]

흥미진진한 수학 이야기를 풀어놓은 그가 결국 하려는 말은 이거다. “수학의 힘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술작품을 위조했음을 밝혀낸 그 수학이 우리에게 원자폭탄도 가져다주었다. (중략) 수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싸움 중 절반은 그 무기를 휘두르는 사람들의 권위에 용감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책장을 덮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이에 비하면 수학자 김민형의 신작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보다 ‘수학책’이다. 중·고교생부터 수학교사·개발자까지 다양한 배경의 독자 7명을 대상으로 했던 ‘수학이란 무엇인가’란 세미나를 옮겼다는데, 베스트셀러인 전작 『수학이 필요한 순간』보다 일단 수학 공식이 많고 원론적이며 그래서 어렵다.
 
하지만 세계적인 수학자인 저자가 물리학·인문학·예술을 오가며 “수학의 학습은 피아노 연주 같은 면이 있다. 기초기술을 습득하면 반복훈련을 해야 하고 그게 익숙해지고 나면 그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기술적 측면에서 말이다”, “학자로서 바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대한 인사이트를 점점 깊이 만들어가는 과정 정도밖에 없는 듯하다. 이를 쌓아가는 것만 해도 공부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장면과도 만날 수 있다. 대부분에겐 어렵기만 하지만 그 세계에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혹여 만날지 모를 수학의 매력이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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