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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원칙 운운하더니 돌연 '1주택자'···코미디 같은 '靑 기준'

중앙일보 2020.08.14 05:00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청와대 신임 수석비서관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만호 국민소통수석, 윤창열 사회수석, 김제남 시민사회수석, 김종호 민정수석, 최재성 정무수석.[청와대사진기자단]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청와대 신임 수석비서관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만호 국민소통수석, 윤창열 사회수석, 김제남 시민사회수석, 김종호 민정수석, 최재성 정무수석.[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5대 인사 원칙을 제시했다. 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을 저지른 경우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배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원칙은 첫 인사부터 깨졌다. 이낙연 국무총리·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서다. 청와대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인사를 물리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청와대는 같은해 11월 7개 인사 원칙을 발표했다. 기존 5대 기준에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가 추가됐다. 하지만 원칙은 계속 깨졌다.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의혹에 휩싸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명됐고,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아파트 ‘다운 계약서’를 썼다.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으로 인사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임명식 때 문 대통령은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의 도덕성 검증 기준이 흐릿해진 가운데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게 다주택 여부다. 청와대는 12일 정만호 국민소통수석과 윤창렬 사회수석 인사를 발표하며 “사실상 1주택자”라고 강조했다. 인사 검증 단계에서 정 수석은 서울 도봉구와 강원 양구군 주택 중 양구를, 윤 수석은 서울 서초와 세종시 주택 중 세종 주택을 팔기로 계약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공직사회의 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원하는 이상적인 공직자상은 탁월한 업무 능력과 깨끗한 도덕성이다. 주택을 두 채 갖고 있다가 한 채를 판다고 업무 능력이 일취월장할 리도 없고, 갑자기 청백리(淸白吏)가 되는 것도 아닐 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세금탈루·논문표절·위장전입·음주운전 등 각종 의혹엔 어물쩍 넘어가다가 불현듯 무주택자는 성골로, 1주택자는 진골로 대접하는 청와대 모습에 어리둥절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SNS에선 “능력과 정책을 봐야지 주택 수를 보느냐”, “무주택자면 청렴하고 다주택자는 파렴치한으로 보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는 조롱이 적지 않다. 
 
고위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해서 집값 폭등으로 화난 국민 정서를 다독이겠다는 정무적인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정무적 선택이 때때로 실체를 개선하기보다 프레임 전환을 통해 본질을 가리려 한다는 의심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이 애초에 분노한 건 집값이 폭등해서지, 청와대 참모가 다주택자여서는 아니었을 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지만, 전셋값은 59주째 상승 중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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