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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린 비, 28%만 활용…한번 쓴 물 걸러 화장실에 재활용을

중앙일보 2020.08.14 01:00 종합 5면 지면보기
경기도와 충남 등 중부지방이 극심한 가뭄을 겪던 지난 2017년 5월 충남 보령댐의 저수율이 댐 준공 이후 최저치인 10.1%까지 떨어지면서 댐 상류가 바닥을 드러냈다. 중앙포토

경기도와 충남 등 중부지방이 극심한 가뭄을 겪던 지난 2017년 5월 충남 보령댐의 저수율이 댐 준공 이후 최저치인 10.1%까지 떨어지면서 댐 상류가 바닥을 드러냈다. 중앙포토

"서울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 그치는 등 '마른장마'의 영향으로 중부지방 가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양강댐·충주댐은 가뭄 '관심', 보령댐은 가뭄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물관리 백년대계 세우자 <하>
가뭄-홍수 반복되는 기후위기
물 부족에도 지하수·빗물 낭비
백화점·놀이공원 중수도 확대
생활용·공업용·음용 맞춤 공급을

지난해 이맘때 환경부는 이런 걱정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1년 만에 홍수가 덮쳤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에 날씨 재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
  
5년 전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자원이 10% 부족하면 연 6조40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이 줄고, 50%가 모자라면 146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고 분석했다. 물 부족은 국가 경제, 안보와도 직결된다.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날씨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상청 자료를 보면 1971~1980년 서울의 연평균 강수량은 1231.5㎜였는데, 최근 10년(2010~2019년)에는 1313.4㎜를 기록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6~8월)에 7.7% 늘어나는 등 지난 40년 사이에 연평균 강수량이 6.6% 늘었지만, 봄철(3~5월) 강수량은 오히려 19.7% 줄었다.
 
전국적으로도 1973년 이후 10년마다 연평균 강수량이 32㎜ 증가하는데, 봄철 강수량은 2㎜ 감소해왔다. 여름에는 홍수가 날 정도가 비가 넘치지만 봄에는 정반대 상황이 반복된다. 더욱이 기온이 상승하면서 증발량이 늘어나 가뭄이 들면 피해는 더 커진다.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조천호 박사는 "온난화가 되면 제트 기류가 느려지고, 고기압·저기압이 자주 정체하게 된다"며 "여름철에는 가뭄 아니면 폭우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잦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미래에는 가뭄이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배덕효 교수 등이 2018년 한국수자원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어느 정도 줄인다고 해도 2025년 건기에 하천 유량이 지금보다 7.23% 줄어든다.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전체 강수량이 더 늘어난다고 해도 건기에는 지금보다 하천 유량이 3.81%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배 교수는 "물이 많은 여름에는 비가 더 많이 내려 홍수에 취약해지고, 물이 필요한 봄에는 강수량이 줄어 가뭄에 더 취약해지게 돼 물 관리가 어려워진다"며 "장기적으로 장마전선이 중부지방까지 북상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어 물 부족 사태가 빈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까운 수자원, 방치하거나 낭비

지난해 9월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 사거리 부근 수도관이 파열돼 도로가 물바다가 됐다. 중앙포토

지난해 9월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 사거리 부근 수도관이 파열돼 도로가 물바다가 됐다. 중앙포토

이런 상황이 닥치는데도 수자원 이용 체계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연평균 1300㎜ 안팎의 비가 10만㎢의 남한 면적에 내리면 전체 연간 수자원이 1323억㎥로 소양강댐(저수량 29억㎥) 45개를 채우고도 남지만,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되면서 실제 생활·공업·농업용수 등으로 이용하는 양은 전체의 28%인 372억㎥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72%는 바다로 흘러가거나 증발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런데도 중요한 수자원인 지하수는 방치되고 있다. 지하수 이용량은 연간 41억㎥로 전체 수자원 이용량의 3%를 차지한다.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윤주환 명예교수는 "외국은 상수원수의 20~30%를 지하수로 채우는데, 우리는 너무 안 써서 문제"라며 "정부 정책이 지하수 보존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술도 있고 돈도 있는 만큼 이제는 지하수 이용을 확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연간 생산되는 수돗물 66억5600만㎥ 중에서도 10.8%에 해당하는 7억1885만㎥는 수도관 노후 등으로 인해 땅속으로 새나간다. 4대강 사업으로 전국 16개 보를 쌓고 준설해서 저장하기로 한 수자원이 8억㎥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차원에서도 수돗물 누수를 줄이고 수요도 줄여야 한다"며 "수돗물 사용량을 줄이려면 당장 절수용 수세 변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는 지난 2016년 교내 수세 변기 500개를 절수형으로 바꿨다. 한번 물을 내릴 때 13L를 사용하던 데서 4L로 줄인 결과, 연간 10만㎥의 물 사용량을 줄였고, 수도요금도 2억원을 절약했다.
 
한 교수는 "멀리서 가져오는 수돗물 대신 가까운 데 떨어지는 빗물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산지에서 작은 댐이나 터널을 만들어 빗물을 저장하면 홍수·산사태 방지와 가뭄 때 산불 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13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내 환경용수를 수원시 영통구에 무상으로 제공하기 위한 배관공사와 급수탑 공사가 완료돼 영통구 매탄동 삼성전자 사거리 앞 삼성교에서 중수도 공급시설 통수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13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내 환경용수를 수원시 영통구에 무상으로 제공하기 위한 배관공사와 급수탑 공사가 완료돼 영통구 매탄동 삼성전자 사거리 앞 삼성교에서 중수도 공급시설 통수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백화점·놀이공원 등에서는 상수도를 사용하고 나온 오·폐수, 즉 하수를 걸러 조경·청소·화장실 등에 사용하는 중(中)수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는 중수도 시설을 하루 1680㎥ 규모로 늘려 수원시 영통구에 공급하고 있다. 이 중수를 청소와 미세먼지 제거에 쓰거나 나무에 준다. 
 
국내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해 하천 유지용수나 공업·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하는 물은 2018년 기준으로 연간 11억1273만㎥이다. 아직은 전체 하수처리량의 15.5% 수준에 머물러 이용을 확대할 여지는 충분하다.
 

'똑똑한 물 이용'이 가뭄 대안

부산 기장군의 해수담수화 시설. 해안에서 330m 떨어진 수심 15m 취수구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소금기를 걸러낸 뒤 하루 최대 4만5000㎥의 수돗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2014년 완공했으나, 인근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오염을 우려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가동을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부산 기장군의 해수담수화 시설. 해안에서 330m 떨어진 수심 15m 취수구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소금기를 걸러낸 뒤 하루 최대 4만5000㎥의 수돗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2014년 완공했으나, 인근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오염을 우려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가동을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필요하면 바닷물도 수자원이 될 수 있다. 단국대 독고석 교수는 "낙동강 하류처럼 상수원 수질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는 해수 담수화 시설을 설치해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해 대청도에서는 2016년 하루 100㎥ 생산 규모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생산하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smart water grid)' 시설을 설치했다. 한국 스마트 워터 그리드 학회 우달식 부회장은 "대청도처럼 섬 지역에서는 가뭄이 들 경우 지하수까지 고갈돼 주민들이 고통을 겪기 때문에 바닷물을 담수로 바꿔 빗물·지하수와 섞어 공급하는 시설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지능형 수자원 연결망인 스마트 워터 그리드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접목해 기존 수자원의 활용도를 최대로 높이는 방안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원수부터 수도꼭지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 원격 감시 제어하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호주 퀸즐랜드주(州)는 2008~2012년 69억 호주달러(약 6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남서부 지역의 댐과 지하수, 하수처리장 방류수, 해수 담수화 시설 등을 연결하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를 구축했다.
물 공급망 곳곳에 수량·수압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설치해 지역 내 수자원의 수요와 공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때그때 취수와 수돗물 생산량이 결정된다. 또 물이 부족한 지역을 파악해 여유가 있는 지역에서 물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내년에 문을 여는 부산의 에코델타시티에서는 분산형 정수장 등 스마트 워터 그리드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분산형 정수장은 대형 정수장 대신 소비자 가까이에 소규모 컴팩트한 수처리 시설을 여러 개 설치, 생활용수·공업용수·초순수 등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의 수돗물을 즉각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염소 소독제를 적게 넣을 수 있어 소독제 부산물 우려가 없는 수돗물 공급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정보 회사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은 지난 2월 올해 글로벌 스마트 워터 그리드 시장 규모가 22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처음으로 '물 산업 진흥법'을 만든 한국으로서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가 유망한 분야가 될 수도 있다. 윤주환 교수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를 제대로 하려면 상수도와 하수도, 지하수를 통합적으로 보는 행정 체계를 갖춰야 하고, 지하수 이용과 하수 재이용 분야 등 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정종훈·편광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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