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P "트럼프 공격하는 중국발 '유령계정' 무더기 포착"

중앙일보 2020.08.13 18:12
SNS 분석 기업인 그래피카가 공개한 중국발 스팸 계정에 올라온 영상. '내가 트럼프를 찍었을 때, 나는 거의 스스로 사형신고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제목의 이 영상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오는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담겨있다. [그래피카 캡처]

SNS 분석 기업인 그래피카가 공개한 중국발 스팸 계정에 올라온 영상. '내가 트럼프를 찍었을 때, 나는 거의 스스로 사형신고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제목의 이 영상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오는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담겨있다. [그래피카 캡처]

지난 8~9일 12개 이상의 유튜브 채널에서 “내가 트럼프를 찍었을 때, 나는 스스로에 사형신고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였다”는 제목의 같은 영상이 줄줄이 올라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을 회피하고 재선을 위해 틱톡 사용 금지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영상에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오는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도 담겨 있었다.
 

6월부터 트럼프 비판 영상 대량 유포
"대부분 중국발 스팸계정과 연관"
유튜브, 6월에만 1300개 삭제
"中 정부 연계는 확인 안돼"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6월 중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3분 내외의 영상들이 소셜미디어(SNS)에 대량으로 유포되고 있다. 이 영상들의 공통점은 기계음 내레이션과 중국어 자막이 나온다는 점이다. 미국(U.S)을 '유에스'가 아닌 '어스(us)'로 발음하는 등 영어를 허술하게 읽거나, 중국 속담을 영어로 직역한 표현 등도 많이 보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SNS 분석 기업인 그래피카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런 영상들이 중국발 스팸 계정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퍼 날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계정에는 지난 6월 이후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영상이 거의 매일 올라왔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실책, 틱톡 사용 금지에 대한 반발, 텍사스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비판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래피카 보고서에 따르면 한 유튜브 스팸 계정에선 6월부터 거의 매일 트럼프 행정부를 공격하는 영상을 올렸다. 현재 이 계정은 스팸으로 분류돼 유튜브에 의해 정지된 상태다. [그래피카 캡처]

그래피카 보고서에 따르면 한 유튜브 스팸 계정에선 6월부터 거의 매일 트럼프 행정부를 공격하는 영상을 올렸다. 현재 이 계정은 스팸으로 분류돼 유튜브에 의해 정지된 상태다. [그래피카 캡처]

그래피카의 조사국장인 벤 님모는 WP와의 인터뷰에서 “가짜 계정들이 (미국 현안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그들이 미국의 중국 관련 정책 추이를 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래피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영상이 SNS에 퍼지는 방식은 대략 이렇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행동을 하면 하루나 이틀 뒤 3분 내외의 트럼프 비판 영상이 유튜브 스팸 계정에 올라온다. 동시에 각 SNS의 스팸 계정이 그 영상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공유한다. 각 플랫폼의 수십 개의 스팸 계정이 공유를 하고 ‘공감’ 버튼을 누르며 영상이 퍼진다. 수십 개의 스팸 계정이 하나의 집단을 형성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피카는 12일(현지시간) 중국발 스팸 계정들이 SNS에서 조직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비판 영상을 생산하고 유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본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스팸계정들이 이를 나르는 식이다. [그래피카 캡처]

그래피카는 12일(현지시간) 중국발 스팸 계정들이 SNS에서 조직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비판 영상을 생산하고 유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본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스팸계정들이 이를 나르는 식이다. [그래피카 캡처]

여기에 사용되는 스팸 계정들은 대부분 새로 만들어졌거나 오랫동안 쓰이지 않은 계정이다. 이를테면 4~5년 전 만들어졌지만 그간 사용되지 않은 계정에 이름과 사진만 바꿔 활동하는 식이다. 일부 계정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감쪽같이 진짜 주인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기도 했다. 그래피카가 같은 영상을 나르는 스팸 계정을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 사진의 구도가 같고, 계정 생성 일자도 비슷했다.
 
그래피카는 집단으로 행동하는 스팸 계정이 인공지능(AI)에 의해 생성된 사진을 사용해 진짜 사람 행세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영상을 동시에 공유한 이 계정들은 비슷한 시기에 생성됐고, 비슷한 구도의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피카 캡처]

그래피카는 집단으로 행동하는 스팸 계정이 인공지능(AI)에 의해 생성된 사진을 사용해 진짜 사람 행세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영상을 동시에 공유한 이 계정들은 비슷한 시기에 생성됐고, 비슷한 구도의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피카 캡처]

그래피카는 이런 스팸 계정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건 2019년 중순부터라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홍콩에서 반중국 시위를 하는 시위대나 미국으로 도피한 대표적 반중 인사인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贵) 등을 비판하는 영상을 생산하고 유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자, 공격의 방향을 트럼프 대통령으로 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비판 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던 스팸 계정들은 이처럼 대부분 사용 정지가 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 6월에만 중국과 관련된 조직적인 활동을 한 채널 1300개를 정지시켰다. [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비판 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던 스팸 계정들은 이처럼 대부분 사용 정지가 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 6월에만 중국과 관련된 조직적인 활동을 한 채널 1300개를 정지시켰다. [유튜브 캡처]

현재 이런 활동을 했던 스팸 계정 등은 유튜브,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의해 대부분 정지가 된 상태다. WP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 6월에만 중국과 연관된 조직적인 활동을 한 스팸 계정 1300개를 폐쇄했다. 하지만, WP와 그래피카는 이런 활동이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