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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이라며 챌린지…'의료파업' D-1 서울 곳곳 나온 의대생들

중앙일보 2020.08.13 17:59
13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흑석역 4번 출구 앞 거리. 마스크를 쓴 중앙대 의과대학생 4명이 일렬로 선 채 침묵시위를 시작했다. 피켓에는 '생색내기용 정책에 포기당한 공공의료의 꿈' '정치보다 건강이 먼저다' 등 문구가 적혀있었다. 학생들이 나눠준 홍보물에는 "의대 정원 증가 및 공공 의대 설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우리나라 의사 증가율(2.4%)대로라면 증원 없이도 202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지방 의무복무가 아닌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통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릴레이 시위는 오후 6시까지 계속됐다. 이날 오후 4시엔 한양대 의대생들이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에서 같은 방식의 시위를 열었다.
13일 오전 침묵시위 중인 중앙대 의대 학생들. 편광현 기자

13일 오전 침묵시위 중인 중앙대 의대 학생들. 편광현 기자

의대생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 파업을 하루 앞둔 이 날 20여개 의대 소속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대한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학생협회(의대협)는 "이번 주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수업 및 실습 거부·헌혈 운동·릴레이 시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지난 5일 '덕분이라며 챌린지'도 시작했다. 이 챌린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에 의료진이 투입됐을 때 유행한 '덕분에 챌린지'를 변형한 것이다. 손바닥 위에 엄지를 치켜든 반대 손을 올리는 '덕분에 챌린지'와 손바닥 방향이 아래쪽을 향했다. 정부가 코로나 19 사태에 필요했던 의료진들을 치켜세우다 의료계에 반발을 일으킬 만한 정책을 내놓은 데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
 

"의대 정원 확대, 오히려 악영향"

의대생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지난달 국회·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의대 정원을 10년에 걸쳐 매년 4000명씩 늘리고 공공 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의사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의사 면허를 딴 사람은 수도권 외 지역 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의무 복무를 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의대협이 만든 카드뉴스. 배경은 의대생들의 릴레이 1인 시위 사진이다. [의대협 페이스북 캡처]

의대협이 만든 카드뉴스. 배경은 의대생들의 릴레이 1인 시위 사진이다. [의대협 페이스북 캡처]

의대생들은 즉각 "대책 없는 공공 의대 증설 및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합니다"란 목소리를 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오히려 의료서비스를 악화시킨다는 설명이다. 의대협은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의사 수가 늘어나면 건강보험료와 진료비가 오히려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의사 간 경쟁이 심화하면 수익 창출을 위해 불필요한 진료를 할 유인이 생겨 효과적인 의료서비스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의대협은 또 "우리나라 의사 수 증가율은 이미 세계 1위"라며 "의료접근성 역시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의대협은 "의료계 파업과 별개로 온라인 등에서 의대생들도 정책 반대 목소리를 계속 내겠다"고 밝혔다. '덕분이라며.com' 홈페이지를 개설한 서울의 한 의과대학생들은 "의사들이 밥그릇 싸움을 위해 시위하러 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 등 정책의 문제점, 개선 방향에 대해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7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7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14일 집단휴진을 예고했다. 13일 서울 시내 주요 병원에서는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파업에 참여하는 인력 규모를 확인하고 진료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응급실·중환자실·투석실·분만실 등 업무를 맡은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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