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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자문' 조셉 나이, “文의 평화주의, 동맹과 무장 없인 현실성 없어”

중앙일보 2020.08.13 17:52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13일 웨비나 대담에서 "한국은 미국과 동맹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보험"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13일 웨비나 대담에서 "한국은 미국과 동맹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보험"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국제관계 분야의 석학인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83·전 케네디스쿨 학장)가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염재호 여시재 이사(전 고려대 총장)와 ‘G20 시대의 국제질서와 미국의 역할’을 주제로 한 웨비나 대담에서다. 

'G20시대 국제질서와 미국의 역할' 대담
"美와 동맹 공고히, 中과 경제 번영 누려야"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동맹관계 회복과 다자협력에 힘쓰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에 대해 평화주의로 일관하는 노선에는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바이든 후보 캠프에서 외교 전략 관련 자문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샌드위치처럼 껴 있는 韓, 美와 동맹은 보험”

 
나이 교수는 이번 대담에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어 안 됐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며 “한국의 적절한 전략은 좀 더 거리가 있는 큰 나라로 가셔 힘을 빌려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거리를 두고 있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한국의 보호막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게 보호이자 보험”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국의 과도한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는 게 필수적이란 얘기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중국과 경제적인 관계를 끊으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대로 중국 경제로부터 번영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국제정세와 관련해 나이 교수는 “시진핑-트럼프 리더십은 실패했다”고 잘라 말했다. ‘미·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당에 대한 통제권이 있어 중국이 내부적으로 크게 변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중국의 변화가 없는 한 미·중 갈등이 해소되긴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무장 없는 평화, 결과 좋을지 의문"

 
나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대일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과 함께 조언을 내놓았다. 
 
그는 문 정부의 '평화주의적 대북관'에 대해 “평화주의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적(敵)에게도 실현할 수 있는가를 역사적으로 보면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무장 없이, 동맹 없는 평화주의를 행한다면 결과가 좋을지는 의문”이라며 “3대 세습을 하고 고모부와 이복형을 암살한 김정은 정권에 평화주의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적 관점을 견지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북 접근법이 트럼프 때와는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나이 교수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보다 미래지향적인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더에게 중요한 건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보는 것”이라며 “동북아 지역 평화와 북한 억제를 위해서라도 일본을 과거 한국에 상처 준 악마로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의 일본은 군사력을 통해 한국을 지배했던 1930년대의 일본이 아니"지 않냐는 것이다.
 

“바이든, 美 글로벌 리더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

 
나이 교수는 미·중 갈등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예측하면서도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유행병), 기후변화 등은 단일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바이든이 당선되면 국제기구에 재참여하는 등 국제질서 확립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되찾기 위해 동맹관계를 회복하고 다자협력 복원에 힘쓰는 등 정책 방향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13일 염재호 여시재 이사(전 고려대 총장)와 조셉 나이 하버드대학교 석좌교수가 ‘G20 시대의 국제 질서와 미국의 역할’을 주제로 한 웨비나 대담을 갖고 있다. [여시재 유튜브 화면 캡쳐]

13일 염재호 여시재 이사(전 고려대 총장)와 조셉 나이 하버드대학교 석좌교수가 ‘G20 시대의 국제 질서와 미국의 역할’을 주제로 한 웨비나 대담을 갖고 있다. [여시재 유튜브 화면 캡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미국 국민을 분열시키는 방법으로 길을 찾는다. 이는 값싸게 국민 지지를 얻는 방법”이라며 “진정한 리더는 사람들이 가진 관점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나이 교수는 1945년 이후 집권한 미국 대통령 14명의 도덕적 정책을 연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하위 25%에 포함돼 가장 비도덕적인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력이나 경제 제재 등 물리적인 '하드 파워(hard power)'와 대조되는 자발적 동의, 즉 '소프트 파워(soft power)' 개념을 도입한 학자다. 그 중요한 원천 중 하나를 도덕성으로 본다. 
 
그는 "코로나19 대응에서 한국은 주변 국가들에 모범적 사례를 기록했다"며 "미·중이 전세계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하지만 유럽, 한국도 좋은 모범 사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프트 파워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기구에 등을 돌리는 미국의 현재 모습은 1930년대의 반복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지배적일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1930년대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이전의 고립주의 외교 노선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미국 사회 전체의 변화가 아닌, 트럼프라는 인물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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