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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그후, 전세 '하늘의 별따기'…집주인 전화올까 두렵다

중앙일보 2020.08.13 17:15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13일 서울 은평구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인근 부동산의 모습.  [뉴스1]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13일 서울 은평구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인근 부동산의 모습. [뉴스1]

고삐 풀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59주 연속 상승이다. 세입자의 권한을 강화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지 2주가 지나면서, 전셋집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서울 아파트 전세 동향
전주 대비 0.14% 올라, 59주째 ↑
값은 오르고 매물 줄고 분쟁 늘어
"전세 공급은 갈수록 줄어 들 것"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주 대비 0.14%를 기록했다. 지난주(0.17%)보다 상승 폭은 다소 줄었다. 전세 시장의 혼란 속 집주인과 세입자의 눈치보기가 이어지며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는 곳은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와 이른바 ‘마ㆍ용ㆍ성(마포ㆍ용산ㆍ성동)’ 지역이다. 최전선에 선 곳은 강동구(전주대비 0.24% 상승)다. 서울 25개 구 중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송파(0.22%)ㆍ강남(0.21%)ㆍ서초(0.20%)구가 뒤를 이었다. 마포(0.19%)와 성동(0.17%)ㆍ용산(0.15%) 등의 전셋값도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은 “역세권이나 학군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했지만, 계절적 비수기와 장마 등의 영향으로 일부 수요가 감소하며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밝혔다.  
 
상승 폭은 다소 주춤해진 듯하지만, 전세 시장을 짓누르는 압력은 커지고 있다. 언제든 다시 가격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우선 전셋값이 올랐다. 전세 매물도 씨가 말랐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으로 버티고, 집주인은 실거주에 나서거나 물건을 거둬들인 탓에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바뀐 법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분쟁도 잦아지며 거래에 제동이 걸리기도 한다.
 
1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서울의 전세 매물(3만2505건)은 지난달 29일(3만8557건)보다 15.7% 감소했다. 임차인에게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을 5% 묶는 새 임대차법의 영향이다. 은평구(-37.0%), 중랑구(-36.4%), 구로구(-28.6%) 등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전세 매물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의 경우 전국에서 전세 매물이 가장 크게 줄었다. 지난달 29일 329건에서 116건으로 64.8%나 줄었다.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전셋값이 분양가를 추월한 상태다. 2017년 당시 전용 59m²의 분양가는 4억7000만원이었지만 현재 전셋값은 6억원 수준이다. 
 
 서울 은평구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은 전세 매물이 지난달 29일 329건에서 116건으로 64% 줄었다. [뉴스1]

서울 은평구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은 전세 매물이 지난달 29일 329건에서 116건으로 64% 줄었다. [뉴스1]

새 아파트가 몰려있는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는 전세 아파트 매물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잠실동 잠실엘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전세 물량 중 남았던 것은 임대차 3법이 통과되기 전 주말에 대부분 소진됐다”며 “신규 매물(전용 84㎡)은 ‘보증금 6억3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씩으로 반전세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이달 들어 체결된 아파트 전ㆍ월세 계약(1929건) 중 12.3%인 242건이 준전세(반전세)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10건 중 1건 이상이 반전세 계약이란 의미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힘겨루기와 눈치 보기도 전세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 다산동에 5층짜리 빌라를 소유한 심모(42)씨는 하자보수를 요구하는 세입자의 문자나 전화를 피한다. 그는 “그동안은 몇십만원씩 들여 수리해줬지만 계약 갱신으로 2년이나 보증금을 못 올린다니 집을 관리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며 “살기 불편해져 (세입자가)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59㎡) 전셋집에 사는 황 모(36)씨는 “집 주인이 아들이 장가를 간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들 신혼집으로 쓰겠다며 계약이 끝나는 올 연말 나가달라고 할까 걱정"이라며 "아내가 출산을 앞둬 최대한 버틸 방법을 찾으며 집주인의 전화를 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헬리오시티) 전셋값이 계약 때보다 3억~4억원 뛴 데다 매물도 없는데 이러다 집을 못 구하는 게 아닐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 도입 한 달 전부터 이미 전셋값이 급격히 뛰었고, 당분간 상승 폭이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실거주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집주인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게 되면서 전세 시장 전체적으로 물량이 줄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염지현ㆍ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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