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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 넘은 정부의 경제 자화자찬, 낯 뜨겁다

중앙일보 2020.08.13 00:04 종합 30면 지면보기
경제는 심리다. 낙관적 전망이 번지면 소비가 살아나고 경제는 활기를 띤다. 비관적이면 반대로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경제 위기 때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현실을 엉뚱하게 왜곡·호도해선 곤란하다.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다.
 

실업률 20년 최고치인데, 홍남기 “고용 나아져”
‘내년 성장률 OECD 34위’ 쏙 빼놓고 “올해 1위”
아전인수식 통계해석, 올바른 정책 만들 수 있나

바로 지금 문재인 정부가 이런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어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5월부터 고용 상황이 매달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고 썼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 동향과 관련해서다. 취업자 수 감소 폭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는 게 근거였다.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실업률이 7월 기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에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주당 36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일자리가 135만 개나 사라졌고, 경제·산업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40대는 계속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청년 넷 중 한 명은 실업자(확장실업률 기준)라는 점 또한 일언반구가 없다. 그러면서 호전된다고 한다. 일부 마음에 드는 수치만 뽑아 내보이는 통계왜곡증이 도진 듯하다.
 
정부는 도를 넘은 자화자찬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입맛에 맞게 통계와 현실을 해석해서는 “정책의 성과”라고 포장하는 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확장 재정에 의한 신속한 경기 대책과 한국판 뉴딜의 강력한 추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올해 경제성장률 1위로 예상될 만큼 가장 선방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의 기저효과에 따른 영향이 있긴 하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37개국 가운데 34위라는 부분은 쏙 빼놓았다. 지난해 초 OECD 회원국 가운데 단 4개국만 성장률을 발표한 상황에서 여권이 ‘1위’라고 자랑하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문 대통령은 그 전날에도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가 거센 반발을 샀다. 전세난이 깊어져 서민들이 시름 짓고, 성난 국민이 신발을 던지며 “나라가 네 것이냐”고 항의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청와대는 여론 청취도 안 하느냐. 아니면 대통령이 온통 눈·귀를 가리는 간신배들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냐”(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비난까지 나왔다.
 
지금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책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자기 위안 삼듯 “다 잘되고 있다”고 하고 있다. 인식이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져서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없다. 대체 어떻게 국민이 다시 일자리를 찾고, 내 집 마련의 꿈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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