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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병 오인해 방치" 기숙사 생활 日고교 축구부 100명 확진

중앙일보 2020.08.12 16:15
인구 20만명 소도시의 한 고등학교 축구부에서 한꺼번에 10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돼 이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선수들은 7월 말부터 최근까지 오사카(大阪) 등 다른 지역으로 원정경기도 다녀온 상황이라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발열 증상에도 열사병 가능성에 방치
122명 기숙사 집단 생활...야구부도 확진
공동생활 중 식당 등에서 퍼졌을 가능성

12일 NHK에 따르면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시에 있는 릿쇼(立正)대 쇼난(湘南)고등학교 축구부에서 선수와 교사, 가족들 10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축구부 선수 1명에게서 발열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5일 밤. 학생은 다음 날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와 등교했다가, 다시 상태가 안 좋아져 조퇴했다.
 
시마네현 마쓰에시 쇼난고교 축구부. [유튜브 캡쳐]

시마네현 마쓰에시 쇼난고교 축구부. [유튜브 캡쳐]

 
이날 발열 증상을 호소한 학생은 19명으로 늘었지만, 학교 측은 “날이 꽤 더워서 열사병일 수 있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는 그 뒤로 학생들이 “맛을 못 느끼겠다”고 호소하기 시작하자 처음으로 코로나19를 의심했고, 8일이 돼서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PCR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선수 86명이 무더기 코로나19 판정을 받았고, 나흘 만에 확진자는 100명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학교 한 곳에서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나온 이유는 학생들의 집단생활 환경 탓이 크다. 축구부 138명 가운데 122명이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식당과 목욕탕 등 공동시설을 이용하면서 급속히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학교는 공동시설의 소독이나 사용 인원수 제한 등 감염방지 대책을 실시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증상을 열사병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감염 규모가 더 커졌을 수도 있다. 실제 발열, 기운 없음, 두통 등 열사병과 코로나19는 증상이 유사한 부분도 많다.
 
구쓰나 사토시(忽那賢志)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 국제감염증대책실장은 TV아사히에 출연해 “기침이 나거나 미각, 후각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는 코로나19로 의심해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환자라고 해서 반드시 나타나는 증상도 아니어서 헷갈릴 수 있다. 증상만으로 진단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12일 일본 도쿄의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올라간 가운데 마스크를 한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12일 일본 도쿄의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올라간 가운데 마스크를 한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감염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고 있는 야구부원 4명이 추가로 확진됐고, 축구부가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 오사카, 가가와(香川), 돗토리(鳥取) 현 등으로 원정경기를 다녀왔기 때문에 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누적 확진자 수가 30명뿐이었던 시마네현은 이 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11일 현재 확진자가 130명까지 늘었다.
 
기타무라 나오키(北村直樹) 교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대한 걱정과 폐를 끼친 사태를 불러일으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인 뒤 “학생들에겐 잘못이 없고, 학교 대책이 부족했다.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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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생노동성은 집단감염 대책반을 투입해 감염 경로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일본에서 확인된 집단감염 사례 중에서 하루에 확인된 감염자 수로는 가장 큰 규모다. 지금까지 기록은 지난 3월 28일 치바현의 한 복지시설에서 57명이 확인된 사례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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