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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추미애 사단?

중앙일보 2020.08.12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진석 사회에디터

박진석 사회에디터

일군의 검사 무리를 ‘사단’이라고 부르는 건 ‘칼잡이’로 일컬어지는 검사의 무사(武士)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군대를 방불케 하는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 원칙, 도제식 문화도 그 단어 사용의 위화감을 낮춘 요인들이다.
 
사단이라는 단어 앞에 처음 붙은 이름은 ‘심재륜’이었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때 창설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초대 부장이었던 그는 휘하에 능력 있는 검사들을 규합해 김태촌, 조양은 등의 ‘전국구 조폭’들을 소탕했다. ‘심재륜 강력부’는 7년 뒤 ‘심재륜 중수부’로 업그레이드돼 현직 대통령 아들(김현철)의 구속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특수’나 ‘중수’가 들어가는 간부 보직만 열 개 가까이 맡았던 ‘국민검사 안대희’가 뒤를 이었다. ‘안대희 사단’은 2003년 취임 직후의 노무현 대통령에게 치명상을 안긴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검찰사(史)의 한 정점을 찍었다.
 
두 사단에서 배출한 수사 검사들 중 특히 도드라졌던 이가 ‘최재경 사단’의 보스가 됐다. 한국 특별수사의 틀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는 ‘최재경 사단’은 거기서 수사를 배운 윤석열 검찰총장에서 갈래 치면서 ‘윤석열 사단’으로까지 이어졌다. 과잉·별건 수사, 패거리 문화 등 폐해도 적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사단’은 수사 검사 양성소이자 수사 기법과 노하우를 축적해온 싱크탱크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두 번째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요직을 차지한 검사들을 두고 ‘추미애 사단’이라는 작명이 나왔다. 하지만 ‘이익집단’의 성격이 강해 보이는 이들 검사 무리가 사단 명칭을 부여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법무부 과장 한 번 해보지 않은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특수·공안과장이나 중앙지검 특수·공안부장 이력도 없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옛 중수부장) 및 공공수사부장(옛 공안부장)의 탄생은 생경함을 넘어 불안감까지 들게 한다. 가뜩이나 채널A 사건 ‘수사참사’에 대해 “무자격자에 운전대를 맡긴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에 말이다.
 
충성과 출세의 맞교환으로 탄생한 ‘유사 사단’이었던 박근혜 정부 때의 이른바 ‘우병우 사단’은 정권의 몰락 이후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이른바 ‘추미애 사단’의 앞날은 어떨까. 답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은 필요치 않을 듯하다.
 
박진석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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