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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자보 붙인 류호정 "비동의강간죄 동참 의원 찾습니다"

중앙일보 2020.08.11 16:07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비동의 강간죄를 소개하고 싶어 대자보를 붙입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 직접 붙인 노란색 대자보 한 구절이다. 류 의원은 ‘국회 보좌진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며 “의원님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실 수 있도록 한 번 더 챙겨달라”고 했다.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되면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는 강간에 해당할 수 있다. ‘미투’ 논란이 불거지면서 20대 국회에선 이정미 정의당 의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동의 강간죄를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발의될 때마다 정치권에선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류 의원 안은 강간의 정의를 ‘폭행과 협박’에서 상대방의 동의 여부, 위계·위력으로 확장하는 안이다. 류 의원은 대자보에 “우리 사회가 점점 다양해져서 의사와 환자 사이, 종교인과 신자 사이,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처럼 실제 위계·위력이 작동하는 분야가 많아졌다”며 “이제 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썼다.
 
지난달 30일 류 의원이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서한과 함께 발의동의를 요청했지만, 발의정족수(10명)를 채우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가까스로 13명의 동의를 받았다. 류 의원실 관계자는 “논란이 가중되면 추후 동의를 철회할 분들이 있을 수 있어 좀 더 넉넉히 동의하실 의원을 찾고 있다”고 했다. 류 의원은 12일 기자회견과 함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의당 지지층에서도 비판적 기류가 있다. 정의당이 4·15총선 정의당 투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여론조사에선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부작용 목소리가 크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미 성추행·성폭행 관련 법령이 있는데 꼭 필요한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할 수 있다”면서다. 
 
“남성 그룹에서는 비동의 강간죄 추진으로 정의당을 ‘페미당’(페미니스트당)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조사 내용도 담겼다. 정의당 관계자는 “우리 지지층 생각이 당내 움직임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다소 의외였다”고 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10일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비동의 강간죄를 도입하는 내용의 노란색 대자보 100장을 붙였다. [연합뉴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10일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비동의 강간죄를 도입하는 내용의 노란색 대자보 100장을 붙였다. [연합뉴스]

그러나 당내 드라이브는 강하다. 정책적 당위성 외에도 4·15총선 이후 위기에 빠진 정의당이 풍파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선명한 정책으로 승부해야한다는 취지에서다. “당세가 큰 민주당에 진보 어젠다를 빼앗겨 왔는데 이번만큼은 민주당이 따라오지 못할 정의당 만의 정책”(익명을 원한 정치학자)이라면서다. 국회 본회의장에 원피스를 입고 나타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류 의원이 발의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통해 여론을 환기해 추후 논의에 불을 붙일 수 있게 됐다”(한 당직자)는 평가도 나왔다.
 
정의당 핵심 당직자는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입증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장치를 강구하는 등 입법 과정에서 여러 논의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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