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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물 쓰듯 한다”던 야당 “물난리 추경하라” 나선 속내는

중앙일보 2020.08.11 15:26
10일 오후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소재 화개장터 수해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10일 오후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소재 화개장터 수해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야당이 수해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세 차례 추경에서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들며 “정부가 돈을 물 쓰듯 한다”고 반대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전남 구례에서 이틀째 수해복구 활동 중인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1일 “수해를 위한 피해지원이 필요하면 추경도 반대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수해 규모가 너무 커서 충당하려면 추경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순수한 재해복구와 국민 지원을 위한 추경이면 찬성한다”고 거들었다. 추경에 대한 야당 입장이 바뀐 배경엔 수해 복구 목적을 넘어서는 포석이 있다.
 

①“돈 다 어디 썼나” 정부 압박

7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7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한 통합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야당을 패싱(passing)하고, 추경을 주머니에서 돈 꺼내듯 했던 정부가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추경으로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4차 추경은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4차 추경에 대한 입장을 묻자 “2조6000억원의 예비비가 확보돼있다”고 에둘러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야당 입장에선 과거 정부ㆍ여당의 ‘선심성 추경’을 때리는 한편, 당이 수해 복구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심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추경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굳이 한마디씩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정부에서) 돈을 많이 써 남은 예산이 없다”고 했고, 주 원내대표는 “ 긴급 재난지원금으로 지자체가 돈을 다 써버린 상황이다. 추경을 해도 재정 운영에 대한 잘못은 짚어야 한다”고 했다.
 

②“지지율 턱밑” 발목 프레임 탈피

주호영(오른쪽)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화개장터 수해현장에서 주민들을 위로했다. 뉴시스

주호영(오른쪽)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화개장터 수해현장에서 주민들을 위로했다. 뉴시스

 
최근 지지율 추이와도 무관치 않다. 통합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오자 당 내부에선 “당이 수해 국면에서 정부ㆍ여당보다 한발 앞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통합당은 추경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나랏빚을 늘리는 대신,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주장의 진정성을 떠나 지지율 측면에선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당 관계자는 “책상에 앉아 ‘발목 잡기’ 한다는 프레임을 탈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 기재위 소속 의원은 “돈은 세금에서 끌어다 쓰고, 생색은 계속 여당이 내는 이상한 구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며 “과거 우리가 여당이었을 때를 돌아보면, 야당이 추경을 요청하고 정부가 난색을 보이는 구도가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③‘경기ㆍ충청 ㆍ호남’ 민심 잡아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수해 피해 상황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수해 피해 상황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추경이 통과되면 한숨을 돌릴 지역 다수가 통합당 의원들의 지역구이거나, 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통합당 인사들은 이달 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자 경기 이천, 충북 충주ㆍ단양 등을 찾아 봉사 활동을 벌였다. 이천은 송석준 통합당 의원, 충주는 이종배 정책위의장, 단양은 엄태영 의원의 지역구다. 모두 지난 총선에서 10%포인트 이내의 승부가 벌어졌던 곳이다.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에는 민주당 지도부보다도 한발 앞서 전남 구례 수해 현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의 ‘긴급 제안’으로 결정된 일정이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그동안 주변에 호남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며 “당이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 중 하나”라고 전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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