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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댐 물 찔끔→돌연 1000t 방류로 쑥대밭···주민들 분노 폭발

중앙일보 2020.08.11 15:25
용담댐 하류 지역인 충남 금산과 충북 옥천·영동, 전북 무주지역 주민들이 뿔났다. 폭우 속에 용담댐이 갑자기 방류량을 늘리면서 마을과 농경지가 모두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일 용담댐 방류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인삼밭 모습. [사진 금산군]

지난 8일 용담댐 방류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인삼밭 모습. [사진 금산군]

 

주민들 "용담댐의 방류조절 실패로 물 피해"
댐주변 400㎜ 쏟아져…재난문자 소용없어
인삼밭 물에 잠겨 쑥대밭…주택 등도 침수

 충남 금산군에 따르면 문정우 금산군수와 김재종 충북 옥천군수, 박세복 영동군수, 황인홍 전북 무주군수 등 4명의 군수는 12일 오후 2시 한국수자원공사 본사를 방문, 용담댐 방류로 인한 피해대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전북 진안군에 있는 용담댐은 지난 7일 소량의 방류를 시작했다. 하지만 댐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급속도로 증가하자 8일 새벽부터 방류량을 대폭 늘렸다. 이 때문에 하류 지역인 4개 군(郡)의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금산에선 조정천과 천황천 제방이 각각 100m가량 유실되면서 주택이 침수돼 주민 233명(125가구)이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가압장이 물에 잠기면서 복수면과 금성면 일대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농경지 471㏊도 물에 잠긴 가운데 인삼밭만 200㏊가 피해를 봤다.
 
지난 8일 용담댐 방류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삼거리 마을 모습. [사진 금산군]

지난 8일 용담댐 방류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삼거리 마을 모습. [사진 금산군]

 문정우 금산군수는 “용담댐 건설 목적이 수해를 예방하는 것인데도 집중호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우리의 노력으로는 복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수자원공사에서 피해복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산군 등 4개 자치단체는 용담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와 용담지사의 안일한 대처를 문제로 꼽았다. 용담댐 저수율이 90%를 넘은 건 지난 7일 오후 1시쯤이다. 당시 댐 수위는 262.7m로 홍수조절을 위해 가장 많을 물을 가둘 수 있는 계획 홍수위(265.5m)에 근접했다. 그런데도 용담댐은 평소처럼 초당 291.6t만 방류했다.
 
 3시간 뒤인 7일 오후 4시 저수율이 '비홍수기' 때 저수 상한선인 상시 만수위(263.5m)를 넘어섰다. 이때도 용담댐 방류랑은 그대로였다. 
지난 10일 오전 문정우 금산군수(오른쪽 셋째)가 용담댐 방류로 침수된 농경지를 찾은 양승조 충남지사에게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금산군]

지난 10일 오전 문정우 금산군수(오른쪽 셋째)가 용담댐 방류로 침수된 농경지를 찾은 양승조 충남지사에게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금산군]

 
 대규모 침수 피해는 이날 밤부터 용담댐 주변 지역에 최고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발생했다. 용담지사는 8일 오전 4시를 기준으로 저수량이 97.5%를 넘어서자 방류량을 1000t으로 늘렸다. 이어 오후 1시부터는 모든 수문을 열고 최대 방류량인 초당 2919.5t을 하류로 흘려보냈다.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해서다. 당시 수위는 265.45m로 댐이 범람하기 직전이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금산 지역에는 용담댐 방류에 따른 재난안전문자가 지난 7일 오후 8시24분 처음으로 발송된다. '초당 700t의 물을 방류한다'는 내용이었다. 용담에서 방류한 물은 2시간 정도면 하류인 금산 지역에 도착한다.
 
 8일 오전 10시11분쯤에는 ‘11시부터 초당 2500t을 방류한다, 주민들은 대피하라’는 두 번째 재난문자가 주민들에게 발송된다. 금산군은 오전 11시 ‘초당 3200t 방류’라는 내용의 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용담댐으로부터 방류를 통보받고 이뤄진 조치였다. 하지만 이때 이미 하류 지역에서는 침수가 시작했고 도로도 물에 잠겼다.
지난 9일 황정수 전북 무주군수(가운데) 용담댐 방류로 인한 피해 대책 회의를 갖고 있다. [사진 무주군]

지난 9일 황정수 전북 무주군수(가운데) 용담댐 방류로 인한 피해 대책 회의를 갖고 있다. [사진 무주군]

 
 용담댐 방류량이 평소보다 10배 수준까지 늘어나자 하류인 금산과 옥천·영동, 무주 지역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손을 쓸 겨를도 없이 겨우 몸만 대피했다”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고 말했다.
 
 영동에선 주택 55채와 농경지 1350㏊가 침수됐다. 옥천에서도 11채의 주택과 46㏊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재민은 영동에서 395명, 옥천에서 138명 발생했다.
 
 박세복 영동군수는 “하류 지역 피해를 우려해 방류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용담댐이) 최대량을 방류했던 이유에 대해 명백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전 충북 영동군을 찾은 이시종 충북지사(왼쪽 셋째)와 미래통합당 박덕흠 의원(왼쪽 두번째)이 용담댐 방류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충북 영동군을 찾은 이시종 충북지사(왼쪽 셋째)와 미래통합당 박덕흠 의원(왼쪽 두번째)이 용담댐 방류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용담댐 관계자는 “지난 5~9일 댐 유역의 강우량 예보는 100㎜ 내외였지만 실제로는 400㎜가 넘게 쏟아졌다”며 “홍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방류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산·영동=신진호·최종권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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