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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길잡이'를 떠나보낸 삼성 김상수의 사부곡

중앙일보 2020.08.11 14:41
지난 8일 부친상을 당한 삼성 내야수 김상수. [뉴스1]

지난 8일 부친상을 당한 삼성 내야수 김상수. [뉴스1]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30)는 어린 시절 야구 글러브를 장난감 삼아 놀았다. 아버지는 실업야구 농협 야구단 소속 유격수였다. 유니폼 입은 아버지는 어린 아들 눈에 늘 멋지고 늠름했다. 아들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야구를 시작했다. 포지션도 아버지를 따라 유격수로 정했다.
 
남다른 야구 유전자는 아들을 통해 만개했다. 김상수는 경북고 시절 초고교급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연고 구단 삼성에 2009년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데뷔 첫해부터 1군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아버지는 일찍 성공한 아들이 자칫 초심을 잃을까 걱정했다. 늘 "야구를 잘하는 것보다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들이 입단 4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게 되자 직접 돈 관리를 맡아 낭비를 막았다. 아들 역시 아버지를 정신적 길잡이로 여겼다. "야구가 잘 안 풀릴 때는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한다. 그러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렇게 강하고 든든하던 아버지가 2017년 간암 판정을 받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쳤다. 긴 투병 생활이 시작됐다. 하필 김상수가 부상으로 데뷔 후 가장 큰 시련을 겪던 시기다. 어떻게든 한 경기라도 더 뛰려고 애썼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야구선수 아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다. 가수로 활동하는 동생 우디(28·본명 김상우)는 지난해 초 음원차트 1위에 오른 뒤 "병상에 있는 아버지를 위해 아파도 참고 뛰는 형을 보면서 나도 마음을 다잡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결국 작별의 시간은 왔다. 김상수의 아버지 김영범 씨는 지난 8일 57세 나이로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다. 암세포가 다른 부위까지 전이돼 더는 손 쓸 방도가 없었다. 묵묵히 아버지의 뒤를 따르던 장남의 세상도 그 순간 잠시 멈췄다.
 
김상수는 10일 발인식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팀은 그를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허삼영 감독은 "심신이 모두 피로할 만큼 힘든 일이다. 김상수에게 일주일 정도 더 시간을 주고 싶다"고 애도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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