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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가장 편안한 자연의 미학인 대칭 구도

중앙일보 2020.08.11 13:00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26)

 
사진구도(5)대칭
데칼코마니(Decalcomanie)라는 회화기법이 있습니다. 종이에 물감을 바르고 이를 상하, 좌우로 겹쳐 대칭적인 무늬를 만들거나 다른 종이에 압착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만드는 기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환상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집니다. 회화에 놀이와 우연성의 요소를 도입한 것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균형과 질서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래서 대칭적인 이미지는 거부감이 없습니다. 대칭은 자연의 패턴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명은 대칭의 패턴을 갖고 있습니다. 수정란은 반으로 쪼개진 뒤 세포분열을 거쳐 좌우 대칭을 가진 생명으로 탄생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이 대칭입니다. 식물의 꽃이나 잎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선을 그으면 왼쪽과 오른쪽이 똑같습니다. 서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줍니다. 시각예술이 대칭 구도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진1 휴식, 2017/ 55mm, f8, s1/60, ISO 200. [사진 주기중]

사진1 휴식, 2017/ 55mm, f8, s1/60, ISO 200. [사진 주기중]

 
사진1은 스페인에서 찍은 관광객의 모습입니다. 더운 날, 그늘에 앉아 쉬면서 휴대폰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인물사진을 찍을 때 좌우 대칭 구도는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진2 겨울나무, 2012/ 120mm, f 13, s 1/320, ISO 400. [사진 주기중]

사진2 겨울나무, 2012/ 120mm, f 13, s 1/320, ISO 400. [사진 주기중]

 
사진2는 안개 낀 춘천 의암호 풍경입니다. 조그만 섬에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미루나무 군락이 있습니다. 물그림자가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난여름 물살이 꽤 거셌나 봅니다.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습니다. 수평과 수직으로 이루어진 풍경에 사선으로 서 있는 나무가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물 위에 쓰러진 나무도 있습니다. 잔물결이 입니다. 물그림자가 일그러져 있습니다. 수평선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듯합니다. 사진에서 생멸의 순환을 봅니다.
 
사진3 낙지잡이, 2012/ 200mm, f 14, 1/250, ISO 200, [사진 주기중]

사진3 낙지잡이, 2012/ 200mm, f 14, 1/250, ISO 200, [사진 주기중]

 
사진3은 낙지를 잡는 어촌 아낙의 모습입니다. 낙지잡이는 아주 고된 노동입니다. 갯벌에 나가면 늘 낙지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썰물 때 서둘러 일을 끝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낙지의 숨구멍을 보고 갯벌을 파냅니다. 보통 30cm에서 깊게는 50cm를 파야 합니다. 갯벌을 파다 보면 물이 고입니다. 바가지로 물을 퍼내고, 또 파고 내려갑니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이쯤이다 싶으면 숨구멍으로 손을 집어넣어 낙지를 잡아 올립니다. 허탕을 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낙지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는 몸을 웅크린 채 한참 동안 갯벌을 파야 합니다. 낙지를 잡는 아낙의 모습이 상하 대칭을 이루며 물에 비칩니다. 붉은색이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사진에 건강한 노동의 미학이 담겨 있습니다.
 
사진4 에어쇼, 2014/ 800mm, f 5.6, s1/1000, ISO 400. [사진 주기중]

사진4 에어쇼, 2014/ 800mm, f 5.6, s1/1000, ISO 400. [사진 주기중]

 
사진4는 어미와 새끼 두루미 한 쌍이 날고 있는 장면입니다. 날개를 펼친 모습이 활짝 핀 꽃을 닮았습니다. 에어쇼를 보는 것 같습니다. 날개가 좌우 상하 대칭 구도를 이룹니다. 대칭 구도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줍니다. 이 작품은 외교부 접견실에 걸려 있습니다. 대칭을 이루며 날고 있는 두루미가 동반자 관계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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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필진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 '찍는 건 니 맘, 보는 건 내 맘' 이라지만 사진은 찍는 이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매체다. 중앙일보 기자로 필드를 누볐던 필자가 일반적인 사진의 속살은 물론 사진 잘 찍는 법, 촬영 현장 에피소드 등 삶 속의 사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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