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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휴대폰 가입 600만…고급모델은 2년전 갤럭시A7 수준

중앙일보 2020.08.11 11:14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 입촌식에서 한 북한 선수가 스마트폰으로 행사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 입촌식에서 한 북한 선수가 스마트폰으로 행사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가 약 600만명에 달하고, 최근 발매된 고급사양 스마트폰 성능이 우리나라의 2년 전 보급형 스마트폰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 당국이 인터넷 연결, 와이파이(Wifi), 애플리케이션 구입을 금지하는 정보통제에 나섰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주민 장악능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北 휴대전화 가입자 600만…대도시 가입률 70%

평양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 진열된 스마트폰을 둘러보는 시민들. 이용에 제약이 있는 자체 생산제품 외에 중국서 들여온 중고 기기도 암암리에 거래된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웹사이트

평양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 진열된 스마트폰을 둘러보는 시민들. 이용에 제약이 있는 자체 생산제품 외에 중국서 들여온 중고 기기도 암암리에 거래된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웹사이트

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 한반도신경제센터 김민관 연구원이 지난 10일 작성한 '북한포커스'에 따르면 현재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약 6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장마당을 비롯한 개인 상업활동이 발달하는 가운데 20~30대 젊은 층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이들의 경제적 여유가 확대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평양이나 나선 같은 부유한 대도시에 거주하는 20~50대 장년층 휴대전화 가입률은 70%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장마당 종사자 등 2~3대의 휴대전화를 보유한 북한 주민이 상당하기 때문에 실제 휴대전화 사용자는 약 450만명 수준으로 보인다. 2500만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전체 인구의 18% 수준이다.
 

네트워크는 3G, 고급 사양은 갤럭시 A7 수준

북한 내 이동통신 서비스는 3세대(3G) 수준이다. 북한에서 3G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업체는 고려링크·강성네트·별 등 3개 통신사다. 고려링크는 2008년 이집트 오라스콤과 북한 조선체신회사 간합작 설립사로, 2012년까지 독점권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다. 강성네트는 2012년 고려링크 독점권 만료에 맞춰 북한이 단독 설립한 회사다. 별은 북한 인트라넷인 광명망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2015년부터 태국 록슬리와 합작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북한 발매 스마트폰. KDB미래전략연구소

북한 발매 스마트폰. KDB미래전략연구소

 
북한 내 스마트폰 제조회사는 평양터치와 아리랑 모델을 생산하는 아리랑정보기술사를 비롯해 만경대정보기술사(진달래 생산), 푸른하늘연합회사(푸른하늘 생산), 광야무역회사(길동무 생산), 보통강새기술개발소(철령 생산) 등 다양하다. 이들은 자체 과학기술력을 대외에 선전하는 한편 대북제재 논란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스마트폰을 자체 개발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계 제조기업의 구형 모델을 완제품 또는 부품 형태로 수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제조회사가 부품 조립, 운영체제 및 기본 어플리케이션 탑재, 로고 각인 등 현지화 작업을 거쳐 출시하는 식이다.
 
최근 북한에서 발매되는 고급사양 모델은 우리나라에서 2018년 보급형으로 출시한 모델인 삼성 갤럭시 A7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가격이나 부품 수입 용이성 등을 감안했을 때 중국에서 1~2세대 지난 범용 모델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통합 프로세스는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돼 부품조달이 용이한 대만 미디어텍사 제품을 사용하고, 메모리와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는 중국산 저가 조달 제품을 채택했다. 응용프로그램과 보안·인공지능(AI) 등 기능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아래서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Wifi 막았지만 "주민통제 약화 우려"

북한 당국은 주민들과 외부세계 간 연결을 차단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인터넷 접속 기능을 막고, 와이파이도 탑재하지 않았다. 대신 자체 인트라넷인 광명망을 통해 자료 검색과 다운로드, 양방향 학습 등을 위한 데이터 통신 기능을 이용하게 했다. 아리랑171 같은 일부 스마트폰 모델의 경우 와이파이 모듈을 탑재하고 있긴 하지만, 북한 당국은 와이파이에 접속하기 위한 별도의 앱을 만들어 접속자를 추적·관리하고 있다.
북한의 한 소학교(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학부모들이 스마트폰으로 자녀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웹사이트

북한의 한 소학교(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학부모들이 스마트폰으로 자녀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웹사이트

 
김 연구원은 현재는 북한 내 스마트폰이 주민에게 일방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지만, 개인에게 통신 자유가 허용되면 당국의 주민 장악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휴대전화 도청이나 스마트폰 보안체크 기능 삽입 등 정보유출 방지 조치를 내리는 것은 스마트폰을 통한 주민 통제능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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