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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마켓컬리는 나야 나"…코로나 덕 톡톡히, 식품 스타트업 급성장

중앙일보 2020.08.11 07:00
밀키트 시장 1위 업체인 프레시지는 걸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의 먹방으로 유명해진 대한곱창의 메뉴를 지난달 밀키트로 만들어 출시했다. 사진 프레시지

밀키트 시장 1위 업체인 프레시지는 걸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의 먹방으로 유명해진 대한곱창의 메뉴를 지난달 밀키트로 만들어 출시했다. 사진 프레시지

집에서 끼니를 챙기는 ‘집콕족’이 급증하면서 ‘포스트 마켓컬리’를 노리는 식품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역대급 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모바일로 장을 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밀키트, 정기구독, 라이브커머스 등 신기술을 무기로 가정 내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밀키트 시장 1위 프레시지 올해 1700억원 매출 전망  

한국 가정간편식(HMR) 시장.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 가정간편식(HMR) 시장.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가정간편식(HMR)의 업계 1위인 프레시지의 올해 매출은 1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711억원에서 두 배 넘게 성장한 규모다. 2016년 설립된 프레시지는 이마트·쿠팡·GS홈쇼핑 등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밀키트를 판매한다. 밀키트는 식사(meal)와 키트(kit)의 합성어로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즉석조리식품을 말한다. 지난해 기준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밀키트 시장에서 프레시지는 70%가량 점유율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고용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올해 170명을 신규 채용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벤처투자업계는 일찌감치 밀키트 시장 가능성에 주목했고, 지금까지 프레시지에 1600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그로스 엑셀러레이션 펀드를 통해 프레시지 지분 12.12%를 보유했다. 자금력을 확보한 프레시지는 올 초 7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약 2만6446㎡(8000평) 규모의 HMR 공장을 지었다. 하루 최대 10만개의 밀키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홍보·마케팅보다 원가 경쟁력이 우선"

프레시지의 곱창전골 밀키트 구성품. 3인분 기준 1만9900원에 판매된다. 사진 프레시지

프레시지의 곱창전골 밀키트 구성품. 3인분 기준 1만9900원에 판매된다. 사진 프레시지

5년 전 우후죽순 늘어나던 밀키트 스타트업 중에서 프레시지가 1위 업체로 발돋움한 이유는 마케팅보다 제조시설 투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후 2017년 한국야쿠르트가 런칭한 HMR 브랜드 잇츠온의 밀키트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판매가 급증하자 2018년 채소 손질 전문 업체인 웰푸드를 인수했고, 양파 등 주요 품목의 산지 계약 재배를 통해 원재료 구매가격을 30% 이상 낮췄다. 카길코리아와 협력해 육류도 저렴하게 공급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프레시지를 이용하는 이유로 가성비를 꼽는다. 블랙라벨 스테이크, 마라탕, 감바스 알 아히요, 밀푀유 나베 등 외식 메뉴를 2인분 기준으로 1만900원에서 1만3900원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고객들은 밀키트 가격을 외식·배달식과 비교하기 때문에 외식 가격 대비 절반 수준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지난 2년간 가격을 낮추며 밀키트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을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SNS 요리 동영상 인기를 식품 판매로 연결  

쿠캣마켓 코엑스몰점에서는 PB제품과 가정간편식(HMR), 디저트, 다이어트 식품, 쿠캣 굿즈 등 130여종의 제품을 판매한다. 사진 쿠캣

쿠캣마켓 코엑스몰점에서는 PB제품과 가정간편식(HMR), 디저트, 다이어트 식품, 쿠캣 굿즈 등 130여종의 제품을 판매한다. 사진 쿠캣

국내 최대 요리 동영상 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늘 뭐 먹지?’를 운영하는 쿠캣은 ‘치즈 품은 프렌치토스트’ 등 기발한 요리 영상 인기에 힘입어 온·오프라인 식품 판매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식품 라이브커머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쿠캣은 지난 1분기에 98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배 성장한 것이다. 이달까지 누적 매출은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 185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매출 목표는 400억원이다. 
 
쿠캣은 지난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쿠캣마켓을 열며 오프라인에 처음 진출한 데 이어 지난 5월 삼성동 코엑스몰에도 약 353㎡(110평) 규모의 ‘그로서란트’ 매장을 열었다. 그로서란트는 식료품점(grocery)과 레스토랑(restaurant)의 합성어로, 식재료를 현장에서 구입해 즉석에서 맛볼 수 있는 매장을 뜻한다.
 
창업한 지 7년밖에 안 된 회사지만 이미 해외 공략도 준비 중이다. 베트남에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고, 홍콩, 대만, 태국, 필리핀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전 세계 70여개 국가 SNS 채널에서 총 32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덕이다. 이문주 쿠캣 대표는 “쿠캣의 영향력은 동영상 콘텐츠의 인기에서 나온다”며 “구독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그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만들고, 그렇게 탄생한 제품은 다시 콘텐츠를 통해 판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성공 뒤쫓는 식품·유통 대기업  

대전에 위치한 정육각 공장은 김재연 대표가 만든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사진 정육각

대전에 위치한 정육각 공장은 김재연 대표가 만든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사진 정육각

축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도축한 지 4일 미만의 돼지고기만을 판매하는 정육각은 최근 한달 매출 12억원을 기록했다. 카이스트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김재연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정육각은 도축된 육류가 유통되는데 열흘이 걸린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단축하는 직배송 서비스를 구축했다. 국내 최초로 비건 빵 정기 구독을 시작한 더브레드블루도 2년 만에 매출 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유통·식품 대기업도 스타트업의 전략을 배우며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0일 올해 초 도입한 빵 구독 서비스를 전국 주요 점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5일 수도권 지역 10개 점포에서 가정식 반찬을 주 1회씩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동원홈푸드는 지난 4일 자사 온라인 반찬몰을 확대해 레스토랑 간편식과 샐러드, 신선육 등을 추가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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