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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세 없는 세상’ 앞당기는 여당의 입법 폭주

중앙일보 2020.08.11 00:35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동조 벨로서티투자 대표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김동조 벨로서티투자 대표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여당이 졸속으로 개정한 주택 임대차보호법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법 개정으로 세입자는 기존 2년에서 추가 2년의 계약 기간을 요청할 수 있게 됐고, 전·월세 가격 상승은 직전 임대료의 5%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강제로 전·월세 전환율 하향 조정
이러다간 전셋값 폭등 초래 우려

하지만 여당조차 자신들이 어떤 법을 만들었는지 모르는 듯하다. 이번 개정안은 임차인의 안정된 주거권을 위협하고 주택시장을 교란할 수밖에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법은 전셋값을 ‘폭등시키려고’ 만든 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전셋값 상승을 제한하는 법안이 전셋값을 폭등시키는 이유는 전셋값을 폭등시킬 수밖에 없는 내용과 전셋값 상승을 제한하는 내용이 같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순적인 법 때문에 전세는 결국 소멸할 것이다.
 
임대료 규제는 논란이 많은 정책이다. 표만 생각하면 강행하고 싶겠지만 옳지 않은 정책이다. 견해가 다른 경제학자들도 임대료 규제는 대부분 반대한다. 가격 규제가 공급을 줄인다는 명백한 이론과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이번 법안에서 문제의 핵심은 월세 규제가 아니라 전세 문제다. 월세와 전세는 전환율로 연결된다. 전환율은 금리다. 매일 움직이고 지역에 따라 다르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지난 5월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의 평균 전환율은 5.9%다. 수도권은 5.4%이고 지방은 7.1%다. 서울은 5%인데 강북은 5.3%이고 강남은 4.7%다.
 
강북보다 강남의 전·월세 전환율이 더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강남의 임대인이 강북보다 더 착하다는 뜻일까. 물론 아니다. 강남의 전환율이 낮다는 것은 강남의 월세 대비 전셋값이 비싸다는 의미다. 이런 설명을 듣고도 혼란스럽다면 전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여당과 정부가 그런 것 같다.
 
예컨대 집값이 6억원이고 전셋값이 3억원인 집이 있다고 치자. 월세로 100만원이라면 전환율은 4%다. 전환율에 변화가 없다면 월세가 5% 올라갈 때 전세도 5% 올라간다. 월세에 변화가 없을 때 전환율이 3%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전세는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올라간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금세 알아차렸겠지만, 전세 보증금이 만들어내는 현금 흐름의 가치는 금리에 따라 변동한다. 금리가 하락할 때 채권값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는 전·월세 전환율을 4%로 정했다. 사실상 강제 조치다. 4% 전환율은 전국 평균보다 32%가 낮다. 전국의 전세는 32%가 올라야 한다. 강북의 전세는 25%가, 강남의 전세는 15%가 올라야 한다. 이번 법안이 전세 시장에 주는 충격은 강남이 가장 작고 지방이 가장 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환율을 더 낮출 것이라고 예고했다. 심지어 여당은 전환율을 2% 선으로 낮출 것이라고 한다.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엉망진창인 부동산 정책의 최악 버전이 될 것이다. 전세가 집값의 50%인 세상에서 4% 전환율이 2% 전환율이 되면 전세와 집값은 같아진다.
 
전셋값을 급등시켜놓고도 전셋값을 못 올리게 한 괴상한 법안은 전세를 소멸시킨다. 문제는 정부가 대출을 막아놓았다는 것이다. 결국 차입만 가능하다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한 상태다. 비효율적인 상황이고 언젠가 누군가 등장해 이 기회를 차지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개정법 때문에 궁극적으로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오를 것이다. 한국의 월세는 세계적으로 낮다. 이유는 전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기준으로 서울의 월세는 일본 도쿄의 절반 정도다. 앞으로 사람들은 월세를 낼 수도, 집을 살 수도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 비정상적 법안이 초래할 아수라장은 국가적인 큰 비극이 될 것이다.
 
김동조 벨로서티투자 대표·『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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