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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장미’ 남부지방 곳곳 폭우·강풍 할퀸 뒤 소멸

중앙일보 2020.08.11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시장에서 현지 상인들이 집중호우로 침수된 식기류를 꺼내 세척하고 있다. [뉴스1]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시장에서 현지 상인들이 집중호우로 침수된 식기류를 꺼내 세척하고 있다. [뉴스1]

유례없는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산사태와 하천 범람 등 재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10일 제5호 태풍 ‘장미(JANGMI)’가 경남 지방을 관통하면서 항공기와 선박이 결항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섬진강·영산강 수계가 범람하면서 이 일대에서만 2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홍수 피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까지 오면서 일부 지역에선 복구작업이 차질을 빚었다.
 

거제도 남단 상륙, 세력 약해져
제주·김해 항공기 무더기 결항
섬진강·낙동강 제방 응급 복구
의암호 실종자 1명 숨진 채 발견

10일 오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수마(水魔)가 할퀸 자리엔 흙탕물로 범벅이 된 가재도구가 뒹굴었다. 김유열(58) 상인회장이 “침수 피해 복구에만 열흘 이상이 걸릴 텐데 또 태풍까지 온다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황강 변에 위치한 경남 합천군 쌍책면 건태마을에서 한우 130마리를 키우는 정성철(56)씨는 태풍 북상 소식에 이날 오전 트랙터를 동원해 수해로 죽은 소 20마리를 치우느라 애먹었다. 정씨 부부는 “3분의 2 정도 물에 잠긴 주택은 벽이 무너지고 흙탕물이 찼는데도 일손이 없어 손을 못 대고 있다”고 말했다.
 
태풍 ‘장미’가 이날 제주 동쪽 해상을 지나 경남을 관통하면서 남부 지방 곳곳에 100㎜가 넘는  많은 비를 뿌렸다. 가장 먼저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 제주에선 항공기 22편이 무더기 결항했고, 선박들의 발이 묶였다. 높은 파도로 인해 해수욕장은 모두 통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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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제주를 지나 이날 오후 2시50분쯤 경남 거제도 남단에 상륙했다. 경남에 상륙하면서 그나마 급격히 세력이 약해져 이날 오후 5시쯤 소멸했다. 우려했던 큰 피해는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 2시 기준 김해공항에선 국내선 63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또 부산항에 선박 650여 척이 피항했고,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입출항도 통제됐다. 울산에서도 오후 3시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서 선박들이 일제히 대피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태풍의 영향으로 하천이 범람할 것을 우려해 전국 곳곳의 저지대 거주 주민을 대피하도록 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섬진강 인근 전남 곡성읍·오곡면 주민 954명이 체육관과 인근 고등학교로 피신했다. 구례읍 등에서도 주민 563명이 중학교로 대피했고, 함평군 등 영산강 수계 인근 지역 주민 112명도 경로당과 교회 등으로 거처를 옮겼다. 경남 하동과 합천, 창녕 등의 주민 147명도 추가 비 피해를 우려해 대피소로 이동했다. 강원 지역에서도 한탄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주민 218가구 389명이 대피했다.
 
이날 제5호 태풍 ‘장미’의 영향으로 높은 파도가 일고 있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 송봉근 기자

이날 제5호 태풍 ‘장미’의 영향으로 높은 파도가 일고 있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 송봉근 기자

중대본에 따르면 1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11개 시도에서 총 6976명에 이르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같은 기간 3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날 오전부터 폭우로 유실된 전북 남원시 금지면 일대 섬진강 제방에 대한 응급 복구작업에 나섰다. 익산국토청 관계자는 “응급복구는 유실된 제방에 토사 등이 담긴 마대를 쌓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최소 2~3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실됐던 낙동강 제방도 복구작업에 들어갔다. 낙동강 제방을 위탁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제방 폭과 높이를 원래 제방과 똑같이 맞추며 복구작업을 서둘렀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태풍이 오더라도 오후 8시까지 완전 복구 후 천막 등을 두르는 방수포 작업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피해 및 대처상황 점검 회의에 참석해 “전국 곳곳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인한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태풍이 다가와 이재민뿐 아니라 국민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닷새째를 맞은 이날도 실종자 수색작업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50분쯤 실종자 5명 가운데 한 명인 춘천시청 공무원이 댐으로부터 2㎞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현예 기자, 창원·합천·남원·제주·울산·춘천=이은지·황선윤·김준희·최충일·백경서·박진호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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