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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31화. 어스시의 마법사

중앙일보 2020.08.10 09:00
‘왜 내 재능을 몰라줄까’ 불만 가진 적 있나요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고로가 감독을 맡은 2D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게드전기’. 2006년 일본에서 개봉했지만, 상업성과 작품성에서 모두 혹평을 받았다.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고로가 감독을 맡은 2D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게드전기’. 2006년 일본에서 개봉했지만, 상업성과 작품성에서 모두 혹평을 받았다.

곤트섬에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더니는 평범한 아이였지만, 자신에게 마법 재능이 있음을 알고 훌륭한 마법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죠. 어느 날 더니에게 대현자 오지언이 찾아왔습니다. 더니의 재능을 알아본 오지언은 그를 제자로 삼겠다며, ‘게드’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게드는 마법사의 제자가 되어 들떴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그 삶은 지루한 것이었어요. 매일 침묵을 수련하며, 오직 사물의 이름을 찾고 자연과 생활하는 삶의 연속. 싫증내던 게드는 우연히 만난 영주의 딸에게 마법을 자랑하려다 죽은 영혼(그림자)을 불러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대현자 덕분에 그림자가 나타나기 전에 쫓아냈지만, 대현자에게 혼이 나고 말았죠. 하지만 게드는 반성하지 않고 마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해냈습니다. 오지언은 게드에게 제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로크섬 마법사 학교로 갈 것인지를 선택하게 합니다. 고민 끝에 마법사 학교로 찾아간 게드. 그곳은 마법사가 가득하고 마법이 넘쳐나는 놀라운 장소였죠. 드디어 마법사를 향한 길을 걷기 시작한 게드.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SF 작가로도 유명한 어슐러 르 귄의 작품 『어스시의 마법사』는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세계 어스시를 무대로 한 ‘어스시 연대기’라는 판타지 작품집 중 하나입니다. 총 6권에 단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로 『반지의 제왕』『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작품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죠. 1·2편을 묶어서 만든 드라마나 3·4편을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모두 완성도가 떨어졌기에 좀 더 대중화되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판타지 역사상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어스시 연대기의 첫 작품인 『어스시의 마법사』는 시리즈의 주역인 게드가 마법사로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새매와 함께 있는 일이 많아서 새매라고도 불리는 게드는 마법 재능이 뛰어난 만큼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는데, 불러서는 안 될 죽은 자를 부름으로써 저승 세계의 존재에게 공격당해 위험에 빠집니다.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만한 끝에 금단의 주문을 외우고 마는 마법사 지망생 게드의 이야기는 판타지 세계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세계 어린이, 청소년들의 이야기입니다. 흔히 재능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남들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게 마련이죠.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싶었던 그가 처음 그림자를 부르는 마법을 외운 것도, 선배를 시기한 그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림자를 다시 불러낸 것도, 결국 이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어요. 결국, 그는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이도 위험에 빠뜨리고 맙니다. 학교의 대마도사 넴머를이 그의 목숨을 구하고자 애쓴 나머지 자신의 생명을 다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게드는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마법의 힘도 약해져 버리죠. 이 상황에 이르러서야 게드는 자신이 잘못했음을 깨닫죠.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자 사람들을 도우러 다니던 게드는 그림자에게 쫓기면서 두려움을 느끼지만, 스승 오지언의 도움과 격려를 통해 마법사로서의 진정한 힘은 자신의 내면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훗날 대현자가 되는 마법사 게드는 많은 스승과 만나면서 성장합니다. 마법 학교는 그에게 마법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었지만 그것은 단지 그의 힘을 키워주었을 뿐, 그의 내면은 성장시키지 못했죠. 마법사로서 그는 스승의 희생으로 잘못을 깨닫고, 세상과 마주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대현자인 오지언은 전혀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게드에게 학교에 들어갈 기회를 제공하고 멀리서 그의 성공을 기원했을 뿐이죠. 하지만 그림자에 쫓긴 게드가 그를 찾아갔을 때, 오지언은 이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격려합니다.  
 
어스시 연대기 속에서 마법사들은 사물의 진정한 이름을 깨달음으로써 이를 지배할 수 있게 됩니다. 때문에, 그림자가 게드 자신의 진정한 이름을 불렀을 때, 게드의 두려움은 극에 달하게 되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어둠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성장 과정에서 사람들은 때때로 이처럼 예기치 못한 공포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사회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걱정이나 의문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어스시의 마법사』는 이야기합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능을 키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힘을 키우고 이를 맞서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나오는 법. 게드는 자신의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난 그림자를 자신의 이름으로 부르며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공포를 벗어나 진정한 마법사로서 자유를 되찾습니다. 그림자 역시 게드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 그를 마법사로 성장시킨 마법사 학교는 그 자신의 마음에 있었던 것입니다.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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