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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 간 대공수사…박종철 고문치사 보안분실서 간첩수사?

중앙일보 2020.08.10 05:00
간첩 수사를 주도해 온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간다. 그동안 간첩 수사는 국내외 정보를 총괄 분석하는 국정원과 검찰 공안부, 경찰청 보안 부서가 협력하는 구조였다. 경찰이 국정원에서 넘겨받는 간첩 수사권을 담당할 조직은 당장은 보안분실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경찰의 보안분실은 간첩 수사보다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민주화 인사를 고문하던 곳으로 국민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의 대공수사권을 강화하고 어두운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보완 장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2018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열린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2018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열린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①보안분실 조직 정비 늑장

경찰은 그동안 경찰청 보안국과 보안수사대를 중심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관련 대공수사를 펼쳐왔다. 경찰이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을 경우 대공 수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당면한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경찰은 경찰개혁위원회가 비밀 수사 관행을 개선하고 수사 과정의 투명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라고 한 보안분실 마저 기존대로 운영 중이다. 보안분실은 각 지방청 산하 보안수사대가 사용하는 별관이다. 
 
보안분실은 1976년 치안본부(현 경찰청) 산하로 설립됐던 대공분실이 1991년 바꿔 단 간판이다. 옛 치안본부의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는 1987년 서울대생 고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져 같은 해 6월 항쟁의 불씨가 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찰개혁위는 2018년 6월 전국 27개 보안분실을 본청과 지방청 산하로 이전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5월 현재 전체 27곳의 보안분실 중 18곳이 여전히 별관 형태로 남아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안수사대를 기준으로 하면 41개 보안수사대 가운데 23개 보안수사대는 이전 작업을 완료했다”며 “나머지도 내년까지 이전하려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0월 19일 국가정보원에서 정보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직원들이 의원들을 기다리는 모습. 뉴스1

지난 2016년 10월 19일 국가정보원에서 정보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직원들이 의원들을 기다리는 모습. 뉴스1

 

②해외정보ㆍ휴민트에 취약

경찰의 대공 수사 역량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은 넘기지만 대북 정보 수집과 방첩 활동은 유지한다. 따라서 제3국 등 해외정보망이 취약한 경찰이 대공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경찰의 경우 외사 파트 경찰관이 해외에 파견되지만 주로 재외국민 보호와 국제범죄 공조를 담당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정원이 대공 정보를 어디까지 넘길지, 인적자원과 물적 자원, 인프라는 얼마나 넘겨줄지 세밀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정원은 대공 수사 전문성이나 인적 네트워크 면에서 수십 년 동안 쌓아온 휴민트(인적 정보원)와 정보자산을 갖추고 있다”며 “구체적인 경찰 조직 개편이나 인력 충원 논의가 안 된 상황에서 대공 수사권 이관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의 임준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 인력과 조직이 경찰로 수평이동하면 된다”며 “국정원법에 따른 정년 규정을 보장해주고 예산이나 관련 처우도 유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은 박지원 국정원장.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은 박지원 국정원장. 뉴스1

 

③전담 수사 기구 논의도 뒷전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른 경찰 조직 변화도 전담 기구를 설치한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수사권을 두겠다고 공약했다. 청와대는 2018년 1월 권력기관 개혁안을 공개하면서 “경찰의 경우 수사권 조정 및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후 안보수사처(가칭)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두 달 뒤 경찰청 산하에 안보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안보인권 감사관을 두는 경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된 상태다.     
 
경찰 내에서는 별도의 안보수사본부 설치보다 수사 사무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보안수사 부서를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목적이다. 2017~2018년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일원화된 수사 지휘체계를 가져간다는 측면에서 대공수사는 국가수사본부 산하로 두는 게 맞다”면서 “수사는 수사대로, 생활안전 등 치안활동은 치안 활동대로 정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 내 대공수사 파트 확대는 관련법 개정도 뒷따라야 한다. 국정원 직무범위에서 대공수사권을 삭제하는 국정원법 개정안과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 등이 이르면 연말 국회를 통과해야 후속 논의가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위문희ㆍ김민중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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