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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하라" 홍콩 "따르지 마"…금융사들만 난감해졌다

중앙일보 2020.08.09 17:20
지난 7월 6일(현지시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국가보안법을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7월 6일(현지시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국가보안법을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중국 본토와 홍콩 고위 관리들에 동시에 금융 제재를 가하자 중국과 홍콩 당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홍콩 당국은 관내 금융회사들에 미국의 제재가 무효라며 따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홍콩보안법 관련 고위인사 제재에 반발
홍콩 금융당국 "제재는 무효" 주장
캐리 람 "미국 비자 자발적 취소"
금융사들 美 '세컨더리 보이콧' 우려

미국 재무부는 7일(현지시간) 홍콩 자치권을 훼손한 책임이 있다며 중국과 홍콩 고위 관리 11명에 무더기로 금융 제재를 가했다. 제재 대상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측근인 샤바오룽(夏寶龍)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과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 홍콩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들은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각종 금융거래에서 제재를 받게 된다. 
 
이에 9일 홍콩 금융관리국(HKMA)는 “중국·홍콩 관리에 대한 미국의 금융 제재는 UN을 통과하지 않은 일방적인 대외 제재로 홍콩에서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HKMA는 이어 홍콩 내 모든 금융 기관에 ‘관련 요건’을 전달하고 “제재 대상인 개인이나 단체에 서비스를 제공할 때 모든 고객과 같이 공정한 대우를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관련 요건이 자세히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금융 기관에 미국의 제재를 따르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일각에선 HKMA의 이번 시도가 미 재무부의 금융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 제재 대상에 올라간 인사들이 미국 내 특별한 자산이 없을 경우 미국 본토만 제재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제 요구와 홍콩의 거부 요구 사이에서 금융회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의 요구에 따르다간 홍콩에서 기반을 잃을 수 있고, 홍콩의 요구에 따르다간 자칫 미국으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당할 위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효된 홍콩자치법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연루된 것으로 간주된 중국·홍콩 관리들과 거래한 은행에도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8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 금융 제재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에서 그는 "2026년에 끝나는 미국 비자를 자체적으로 말소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캡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8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 금융 제재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에서 그는 "2026년에 끝나는 미국 비자를 자체적으로 말소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캡처]

앞서 홍콩 정부는 8일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파렴치하고 비열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중국 내정에 대한 노골적이고 야만적인 간섭”이라면서 “이번 조치가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한 대응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구차한 변명”이라고 덧붙였다.  
 
성명에 따르면 람 행정장관도 “우리는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명예로운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750만 홍콩인들뿐만 아니라 14억 중국 본토인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람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내 미국 비자의 유효기간은 2026년까지지만, 미국에 가고 싶지 않은 만큼 자발적으로 취소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크리스 탕 경무처장 등 제재 명단에 올라가 있는 다른 관리들도 미국 제재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홍콩 내 중국 최고책임자격인 뤄후이닝(駱惠寧) 홍콩주재 중앙연락판공실 주임은 “해외에 자산이 한 푼도 없는 만큼 헛수고”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100달러(약 11만 9000원)를 부쳐 동결하게 할 수는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지난 1월 5일 홍콩주재 중앙연락판공실 주임으로 새로 임명된 뤄후이닝. 사진은 1월 6일 부임 첫 날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5일 홍콩주재 중앙연락판공실 주임으로 새로 임명된 뤄후이닝. 사진은 1월 6일 부임 첫 날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화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이하 판공실)도 8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실천과 홍콩 번영과 안전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이번에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위협이나 협박도 국가 안보를 지키려는 우리의 의지를 흔들 수 없다”면서 “미국 측의 조치는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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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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