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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12년전 국회…보수 밀어붙이자 진보 몸으로 막았다

중앙일보 2020.08.08 09:00
2008년 12월 18일 한나라당이 국회 외통위 회의실의 출입문을 막은 채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비준 동의안을 상정하자 민주당은 해머로 출입문을 부쉈다. 민주당이 소화전 호스로 물을 뿌리자 한나라당은 소화기를 뿌리며 맞섰다. [연합뉴스]

2008년 12월 18일 한나라당이 국회 외통위 회의실의 출입문을 막은 채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비준 동의안을 상정하자 민주당은 해머로 출입문을 부쉈다. 민주당이 소화전 호스로 물을 뿌리자 한나라당은 소화기를 뿌리며 맞섰다. [연합뉴스]

 
상임위원장 독식, 부동산법·공수처법 등 쟁점 법안 밀어붙이기…. 
176석 거여(巨與)의 일방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과거에도 '거여소야'의 구도는 있었다. 바로 12년 전인 18대 국회(2008~2012년) 때다. 하지만 양상은 달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한 달 보름여만인 2008년 4월 9일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153석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국회 개원 2개월 뒤(2008년 7월)엔 김무성·김세연·유기준·이진복·한선교 등 무소속 당선자 15명이 입당하며 덩치를 더 키웠다. 회기 중반엔 친박연대 14명도 미래희망연대로 당명을 바꿨다가 2011년 2월 한나라당과 합당하면서 182석의 거여가 완성됐다. 당시 18석인 자유선진당과 당 대 당 정책연대를 한 것까지 포함하면 보수 집권 진영은 200석에 달했다. 반면, 야권인 민주당은 81석, 민주노동당은 5석에 불과했다.    
 
'일사천리'인 21대 국회와 달리 18대 국회는 시작부터 험난했다. 여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공방만 주고받다 개원(2008년 5월 30일) 후 42일이 지난 7월 10일이 되어서야 첫 본회의를 열었다. 이후 예산안·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 대치→부실 심사→여당 강행처리와 야당 극한 반발’이 반복됐다. 예산안의 경우 ‘4대강 사업’ 항목을 두고 야당이 합의 처리를 거부하면서 4년 내내 한나라당이 단독처리했다.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선 격한 몸싸움으로 국회가 난장판 되기 일쑤였다. 2008년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할 때에는 전기톱과 해머, 소화기가 등장했고, 2009년 7월 미디어법 처리를 놓고는 여야가 동시에 본회의장을 점거해 주먹질을 해댔다.
 
2018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중앙포토]

 
이후 2011년 11월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해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 하자 김선동 민노당 의원이 국회의장석 앞 단상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동물국회의 최정점이었다. 
 
이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여야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2012년 5월 2일)에서 날치기 법안처리 등 다수당의 일방적 국회운영과 국회 폭력을 막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치권에선 “국회선진화법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의 독주에 힘을 실어주는 법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의원 300명 중 180명 이상이 동의하면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려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시킬 수 있다’는 국회선진화법의 예외 조항 때문이다. 민주당 등 범여 진영은 190석에 육박해 마음만 먹으면 쟁점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통합당 등 야당이 법안처리를 물리력을 동원해 막을 경우 처벌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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