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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쌍용’이 나르샤…11년 만의 진짜 승부 개봉 박두

중앙선데이 2020.08.08 00:21 698호 25면 지면보기
지난 10년간 한국 축구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쌍용’ 이청용(왼쪽)과 기성용이 유럽 무대 도전을 마치고 나란히 K리그에 돌아왔다. 맞대결을 포함해 두 선수가 K리그에서 선보일 활약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중앙포토]

지난 10년간 한국 축구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쌍용’ 이청용(왼쪽)과 기성용이 유럽 무대 도전을 마치고 나란히 K리그에 돌아왔다. 맞대결을 포함해 두 선수가 K리그에서 선보일 활약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중앙포토]

13년 전인 2007년, 캐나다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열렸다. 대한민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우리 대표팀에 대한 축구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주축 멤버 중에서도 두 선수가 유난히 튀었다. 빠른 발과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위험지역을 파고든 공격형 미드필더 이청용(32·울산). 그리고 본래 포지션인 미드필더 대신 중앙 수비수 역할을 맡아 스리백(3-back) 수비 라인을 안정적으로 이끈 기성용(31·서울).
  

2007 U-20월드컵서 강렬한 인상
FC서울 한솥밥, 함께 태극마크도
2년 뒤엔 나란히 유럽 진출 성공

울산 입단 이청용 “꼭 우승할 것”
친정팀 복귀 기성용 “제2 전성기”
30일 울산 ‘쌍용 더비’ 시선 집중

프리미어리그급 플레이 벌써 두근두근
 
당시 이청용과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상호(33·서울)는 “조별리그 미국전을 마친 뒤 어느 외국인이 다가와 다짜고짜 ‘14번(이청용)이 인상적인데 누구냐’고 물어봤다. 그 사람이 아스널(잉글랜드) 스카우트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함께 뛴 기성용에겐 “향후 10년간 축구대표팀의 볼 배급을 책임질 든든한 재목이 나왔다”는 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기성용과 이청용, 이른바 ‘쌍용’은 국제무대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등에 업고 두 선수는 일취월장했다. FC서울 소속이던 2009년 나란히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이청용이 그해 8월에 볼턴 원더러스(잉글랜드)에 입단하며 프리미어리거 꿈을 이뤘다. 4개월 뒤엔 기성용이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 유니폼을 입었다.
 
두 선수는 축구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성용은 세 번의 월드컵(2010·2014·2018)을 포함해 A매치 110경기를 소화했다. 이청용도 두 번의 월드컵(2010·2014)을 경험한 것을 포함, A매치 89경기에 출전했다. 2010년대 축구대표팀 발자취를 이야기할 때 둘을 빼놓을 수 없다.
 
K리그 팬들에게 2020년은 ‘쌍용이 복귀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유럽 무대에서 10년 넘게 도전을 이어가던 두 선수가 약속이나 한 듯 K리그로 돌아왔다. 컴백 과정에 우여곡절도 있었다. 올 시즌 개막에 앞서 나란히 K리그 컴백 의사를 타진했지만, 당시엔 운명이 엇갈렸다. 1월 기성용과 친정팀 서울의 입단 협상이 결렬되는 과정을 지켜본 이청용은 두 달 뒤 서울 대신 울산 현대를 선택했다. 이청용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유럽 무대에 도전한) 11년 전보다 지금이 더 간절하다. K리그에서 못 이룬 우승의 꿈을 울산에서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기성용의 복귀는 여름 이적 시장 기간인 7월에 이뤄졌다. 최종 기착지는 서울. 계약 기간 3년 6개월에 팀 내 (국내) 선수 최고 연봉(8억원 추정). 첫 번째 협상 결렬 이후 공개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냈던 기성용도 서울의 성의를 확인한 뒤 닫힌 마음을 열었다. 지난달 22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기성용은 “K리그 무대에 다시 오르는 순간을 오래 기다려왔다. 서울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겠다”며 활짝 웃었다.
 
쌍용의 합류는 소속팀에 천군만마다. 나란히 30대에 들어섰지만, 경기력은 여전히 K리그 톱 클래스로 평가받는다. ‘프리미어리그급 플레이’에 대한 축구계 안팎의 기대감도 높다.
 
기성용은 서울에서 ‘소방수’ 임무를 부여받았다. 서울은 올 시즌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다. ‘창단 이후 최악’이라는 목소리가 구단 안팎에서 나온다. 정규리그 14라운드를 치른 현재 4승1무9패로 12팀 중 11위다. 올 시즌 최하위는 내년 시즌 2부리그(K리그2)로 내려간다. 서울은 기성용이 발목 부상에서 회복해 그라운드에 나서는 이달 중순 이후를 분위기 반전의 출발점으로 기대하고 있다.
 
A매치 도중 기성용이 넘어지자 이청용이 격려하고 있다. [중앙포토]

A매치 도중 기성용이 넘어지자 이청용이 격려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청용은 우승에 목마른 울산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 K리그 최종전에서 숙적 전북 현대에 역전을 허용하며 준우승에 그친 울산은 올해 이청용을 중심으로 공격 진용을 다시 짰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울산은 14경기에서 34골(10실점)을 몰아치며 순위(1위), 다득점, 골득실(+24) 등 주요 지표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이청용도 9경기에서 3골·1도움으로 제 몫을 다 했다.
 
쌍용의 맞대결은 올 시즌 K리그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오랜 세월 FC서울과 축구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콤비’를 이뤘던 두 선수다.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대결하는 장면이 선수 자신들뿐만 아니라 축구 팬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11년간의 유럽 생활 동안 쌍용의 만남은 딱 한 차례 있었다. 2015년 12월29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 이청용은 크리스털 팰리스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후반에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대표팀 때 중용한 조광래 “대견하고 감사”
 
‘진짜 승부’는 이제 K리그 무대에서 가려야 한다. 오는 3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울산과 서울의 프로축구 K리그 18라운드 경기는 벌써부터 ‘쌍용 더비’로 불리며 주목받는다. 두 선수의 기대감도 크다. 기성용은 “(이)청용이와는 딱 한 번 맞대결해봤다. K리그에서 다시 부딪치는 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청용도 “(기성용과) 상대 팀 선수로 마주하게 돼 기분이 묘하다. 팀과 팀의 대결이지만, 서로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두 선수를 바라보는 축구계의 시선은 흐뭇하다. 도봉중에 재학 중이던 이청용을 조기 발탁해 서울에 데려오고, 축구대표팀 감독 시절 쌍용을 주축 멤버로 활용한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는 “대견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도봉중에 찾아가 청용이 경기를 처음 지켜본 날이 기억에 뚜렷하다. 호리호리한 친구가 어찌나 예쁘게 공을 차던지…. 30분 정도 지켜본 뒤 구단 직원에게 ‘저 아이 무조건 데려오라’고 지시했다”며 10여년 전 추억을 되짚었다. 그는 또 “성용이가 절묘하게 패스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업그레이드 조광래가 나왔다’ 싶어 흥분했던 기억도 난다. 유럽 무대에 도전해 한국 축구 위상을 높이고,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봉사한 뒤 다시 K리그 무대에서 팬들과 호흡하는 두 선수의 모습이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염기훈 vs 구스타보·송민규…올드&뉴, 눈에 띄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는 베테랑의 노련미와 젊은 피의 패기가 어우러진다.  베테랑의 대표주자는 ‘다둥이 아빠’ 이동국(41·전북)이다. 또래 선·후배들이 대부분 지도자로 새 출발 했지만, 엄격한 자기 관리를 통해 탄탄한 경기력을 유지 중이다. 올 시즌 6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제 몫을 했다. 온 가족과 함께 SNS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K리그 홍보대사 역할도 맡고 있다.
 
정교한 킥을 자랑하는 수원 삼성의 리더 염기훈(37), 은퇴 후 국가대표 선수들의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자극을 받아 최근 K리그 무대에 컴백한 조원희(37·수원 FC) 등도 축구 팬들의 사랑을 받는 ‘아재’ 스타다.
 
주목할만한 새 얼굴도 있다. 전북 현대가 여름 이적 시장 기간 영입한 구스타보(26·브라질)와 모두 바로우(28·감비아)는 ‘특급’이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뉴 페이스다. 각각 남미 최강 브라질 리그(구스타보)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바로우)에서 수준급 공격력을 입증했다. 전북이 두 선수를 데려오며 지출한 이적료는 총액 400만 달러(약 50억원) 안팎인데, 실제 시장 가치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국 축구 리그가 중단되면서 ‘뛸 수 있는 팀’을 찾다가 K리그 무대를 노크한 경우다.
 
포항의 프로 3년 차 ‘중고 신인’ 송민규(21)는 올 시즌 K리그 영 플레이어상(21세 이하) 0순위로 손꼽히는 깜짝 스타다. 14경기에서 8개의 공격포인트(6골 2도움)를 기록 중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23세 이하)에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국가대표 골키퍼 구성윤(26·대구)과 미드필더 나상호(24·성남)는 일본 J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일본 상황을 고려해 K리그로 돌아왔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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