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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 만능에 빠진 거대 여당의 부동산 폭주

중앙선데이 2020.08.08 00:21 698호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23차례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 두더지 잡기라도 하듯 끝없는 ‘땜질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주택과 관련해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급격히 높였다.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세·증여세 등 부동산 세금은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여기에다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해마다 올리면서 1주택자도 세금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두더지 잡기식 땜질 입법으로 혼란 가중
청와대 비서실장·수석 사의표명에 영향
부작용 키우는 즉흥적 규제 당장 멈춰야

이렇게 시장을 옥죄자 시장은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온갖 규제로 주택 매매의 숨통을 눌러 매물이 줄어든데다 지금 아니면 영원히 집을 사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 따른 30대 젊은 층의 ‘패닉 바잉’이 겹치면서다. 이 바람에 서울 아파트 가격은 현 정부 들어 52% 뛰었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여론도 경청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 대책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리 없다. 그러나 정부는 더 강력한 규제로 땜질에 나서고 있다.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고 식이거나 손바닥 뒤집듯 다른 법안을 내놓는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장려했던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은 갭투자 우려를 이유로 폐지하기로 했다가 어제 보완책을 내놓았다.
 
이번에 176석의 거대 의석으로 밀어붙인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무엇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계약 기간을 기존 2년에서 2년 추가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주거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다. 그러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1989년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릴 때 전셋값은 30% 폭등했다. 이번에도 8월 첫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 전주대비 0.17% 상승했다. 주간 기준으로 올들어 최대폭 상승이다. 2+2년이 끝나는 4년 후에도 전셋값 폭등이 우려되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될 때의 전환율을 현행 4%에서 2%로 낮추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털컥 법안을 내놓고 혼란이 일어나면 또다시 법안으로 허점을 메우는 ‘아니면 말고’ 대책이 꼬리를 물고 있는 셈이다. 이미 부작용이 가시화하는데도 전세 계약 기간을 3+3년으로 추가 연장하자는 방안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보다 높은 월세를 받을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세입자 보호를 내세우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독일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자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소득이 낮은 세입자는 주거 여건이 악화했다.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8·4대책에서 고밀도 재건축을 허용했지만, 임대주택 비율이 과도해 재건축을 되레 위축시킬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급해진 정부와 여당은 더 강한 규제를 모색하고 있다.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필요하면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정책 실패를 언론 탓으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한 가짜뉴스가 난무한다”며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선 전 행정력을 동원해 강력히 차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국민은 이 모든 혼란이 법 만능주의에 빠진 거대 여당의 오만과 정책 독점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제 청와대 비서실장 및 직속 5수석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결정적 배경도 부동산 대책 혼란 때문 아니겠는가. 청와대 참모 8명이 그대로 다주택을 보유하고, 김조원 민정수석은 시세보다 2억원 높게 매물을 내놓아 블랙코미디가 됐다. 북한 매체조차 “문 정권은 기억도 못 할 정도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 불안만 일으켰다”고 조롱을 하겠는가. 땜질 법안으로 부작용만 키우는 정책 실패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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