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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재건축 땐 분양 수익만 2조~3조원이라는데…

중앙선데이 2020.08.08 00:20 698호 5면 지면보기
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 재건축에 대해 주요 재건축 단지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서울 양천구 목동. [연합뉴스]

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 재건축에 대해 주요 재건축 단지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서울 양천구 목동. [연합뉴스]

정부는 8·4 주택 공급 대책에서 결국 ‘재건축 카드’를 꺼냈다. 도심에서 주택을 대거 공급하려면 재건축을 건드리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게 ‘공공참여형 고밀(층수를 높여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 재건축’(공공 재건축)이다. 재건축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올려주고, 35층까지인 층수 규제는 50층까지 완화한다. 대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 형태로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재건축 단지들 저울질 한창
용적률 500%로 확 높였지만
임대주택 수천 가구 의무 건축

고밀도 개발 땐 환경 악화 부담
서울시 “추가 인센티브 없다”
조합원 3분의 2 찬성이 관건

재건축 사업은 용적률 증가만큼 기존 주택에 비해 신축 주택 수가 늘어나고, 늘어난 주택을 일반에 분양해 얻은 수익을 공사비로 충당하는 형태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을수록 조합원이 부담이 줄기 때문에, 용적률 증가는 곧바로 재건축 사업의 채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공공 재건축 유인책으로 용적률을 500%까지 확 높인 것이다. 그런데 대책 발표 당일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가 손사래를 쳤다. 임대주택을 대거 들여야 하는 데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 수익을 90% 이상 환수하겠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10% 이하인데 임대주택을 들이면서까지 공공 재건축을 왜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용적률 상향에 목말라하던 강북권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 외에 강남구 은마, 송파구 주공5단지 등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 재건축을 하면 재건축 사업의 채산성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주요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기존 용적률 자체가 200% 이하여서 공공 재건축을 하면 가구 수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 강남의 4120가구짜리 낡은 아파트(기존 용적률 200%)에 용적률을 각각 300%(현행 법정 상한 용적률), 500%(공공 재건축) 적용하면 공공 재건축을 할 때의 가구 수가 일반 재건축(300%)보다 4300여 가구가 더 늘어난다. 기존 가구 수 만큼 아파트가 더 생기는 셈이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감안한 추정 분양가(3.3㎡당 3500만원)를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기부채납 비율이 50%일 땐 일반분양 수익이 3조55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증가한 용적률의 70%를 가져간다면 분양 수익은 2조원대다.
 
지난해 입주한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주공2단지 재건축) 4103가구(옛 2600가구)의 총 공사비가 1조원대 초반이었다. 1만 가구인 데다 초고층 건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공사비는 3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기부채납 비율이 50% 정도라면 단순히 따졌을 때 일반분양 수익만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다만 이 같은 결과는 건폐율이나 일조권·도로건축제한 등을 감안하지 않고 용적률로만 가구 수를 산출한 결과여서 실제로는 이보다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분양가 역시 상한제 대상이므로 현재로서는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다. 지난해 상한제를 피해 일반분양에 나섰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4500만원 정도였다. 시장에선 상한제를 적용하면 3.3㎡당 3000만원 중반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기부채납 비율과 임대주택이다. 집값이 비싼 목동·여의도·강남 등지에선 임대주택을 부담스러워해 공공 재건축이 정부 기대만큼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서울의 한 재건축조합 측은 “대단지라면 기부채납 물량만 2000~3000가구가 될 텐데, 이 물량을 전부 임대주택으로 쓰면 아파트 전체가 그냥 임대 아파트가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반감 등을 고려하면 공공 재건축으로 채산성이 좋아지더라도 조합원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공공 재건축을 위해선 조합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겹겹의 규제가 있어 일반분양 수익 증가가 조합원에게 실익이 있는지도 더 따져봐야 한다. 고밀도 개발에 따른 주거 쾌적성 악화도 우려된다. 공공이 참여하면 시공사 선정 당시 체결한 계약에 위반 사항이 생길 수 있고, 시공사 교체가 이뤄질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시공사를 교체하면 재건축조합은 기존 시공사에 적지 않은 배상금(일몰비용 등)을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는 시공사 교체 없이 공공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7일 추가 인센티브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서울시는 이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번 대책에 담긴 내용을 변경하거나 수정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조속히 선도사업을 발굴해서 재건축 사업의 새로운 유형인 공공 재건축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용적률이 200% 이상이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 채산성이 떨어지는 강북권 재건축 단지 일부 정도는 공공 재건축을 고려할 만하다”며 “강남권에선 임대주택 문제가 일반분양 수익보다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 건폐율이 50%라면 대지면적이 100㎡ 일 때 건축면적은 50㎡.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연면적 비율. 연면적은 각 층 바닥면적을 모두 합한 것.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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