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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을 ‘월세 소작농’ 만들 텐가

중앙선데이 2020.08.08 00:02 698호 1면 지면보기

‘공급 확대’ 방법은 있다 

최근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을 소작농으로 만들고 있다. 가격 15억원 초과의 집은 대출규제로 못사게 됐다. 그러니 15억 초과 집을 살 사람들이 그 이하의 주택 구매자로 돌아섰다. 15억 이하 집 가격이 폭등한 이유다. ‘임대차 3법’은 전세를 없애고 월세만 남게 할 것이다. 청년세대는 남은 생을 월세로 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시장과 싸울 때 집값 폭등
소수가 부동산 독점하면 사회 불안
국민들 내집 마련 위한 길 터줘야

그린벨트 접경지역은 고밀도 개발
큰 아파트 재건축해 2채, 3채로

미국 생활을 할 때 유대인 친구가 알려준 이야기다. 유대인은 아이가 태어나면 금반지 같은 현물 대신 현금을 모아서 아이 이름으로 펀드에 투자한다. 아이는 장성해서 결혼할 때 그 돈을 종잣돈 삼아 집을 구매한다. 미국은 집값의 10% 정도만 있으면 모기지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다. 당시 좋은 집은 50만 달러, 한국 돈으로 5억원 정도 했으니 5000만원만 있으면 집을 사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반면 나는 계약금 5000만원이 없어서 월세를 전전했다. 내 월급의 절반 정도를 월세로 내야 뉴욕근교에서 생활이 가능했다. 그렇게 7년을 살았다. 월세가 100만원 조금 넘었으니 84개월 동안 지출한 월세가 1억원 가까이 된다. 만약에 내가 집을 사고 시작했다면 1억원은 내 자산으로 남았을 것이다.
 
유대인 친구가 산 주택 가격은 계속 올랐다. 나와 그 친구는 같이 시작했지만, 격차는 더 커졌다. 월세로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매년 경제성장을 목표로 움직여서 인플레이션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면 계속 뒤처진다. 반대로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면 경제성장의 열매를 나눌 수 있다.
 
우리 부모세대가 그랬다. 1970년대 아파트를 산다는 건 땅문서를 소유하는 것이었다. 월세로 사는 게 소작농의 삶이라면 아파트를 사는 건 지주가 되는 것이다. 70년대에 허공에 아파트를 지어 공급한 것은 모든 국민을 지주로 만드는 혁명이었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 나눠 주는 혁명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서 없었던 자산을 창조해서 나누었던 진짜 혁명이다. 조선 시대에는 몇%의 양반만 부동산을 소유한 지주였지만 70~8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아파트 덕분에 다수의 지주 중산층이 생겨났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각종 정책은 국민을 월세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는 듯하다.
 
물론 최저소득층을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공급해야겠지만, 커다란 흐름은 국민이 내 집을 갖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국민이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면 부동산 자산은 정부 아니면 대자본가에게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자본가만 지주가 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로의 회귀다.
 
정부 정책은 왜 국민의 주택 소유보다는 월세 쪽으로 갈까. 국민이 소작농이 되면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럴수록 정치가의 힘은 커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정치가는 국민 세금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지주가 된다. 그 정치가들은 자기 입맛에 맞게 권력을 승계하려 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국민이 월세로 살게 되는 건 점점 더 많은 권력을 정치가에게 넘겨 주는 일이다.
 
주택 수요는 인구보다 세대수가 결정한다. 2020년 현재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30%,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치면 60%에 육박한다. 이 수치도 파리나 도쿄의 1인 가구 50%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5000만 인구가 모두 4인 가족으로 산다면 집은 1250만 채가 필요하다. 하지만 같은 5000만 인구 중 1인 가구가 30%가 되면 1인 가구만을 위해 1500만 채가 필요하다. 2인 가구까지 합치면 3000만 채가 필요하다. 대충 산수를 해 보아도 4배가 더 필요하다. 집값이 4배로 올라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서울은 지난 10년 동안 재건축 시 임대주택 조항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주택 공급이 늘지 않았다. 99㎡(30평) 아파트 2채를 부수고 99㎡ 1채와 49.5㎡(15평) 2채를 지어서 3채를 만들어야 한다. 용적률도 올려서 집을 늘려야 한다. 시장과 싸우지 말고 시장을 이용하자. 그린벨트와 도시가 만나는 접경의 좁은 면적을 고밀도로 개발해서 그린벨트 내 주거를 이전하고 나머지는 녹지로 전환하면 가능하다.
 
권력은 분산할수록 좋다. 돈은 권력이다. 부동산 자산은 권력이다. 부동산이 정부나 대자본가에 집중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서 소유할 수 있는 곳이 정의로운 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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