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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동산에 3000조 뭉칫돈…자산시장 너무 뜨겁다

중앙선데이 2020.08.08 00:02 698호 6면 지면보기

유동성 과열 

유동성 랠리에 금융시장이 연일 뜨겁다. 5일 1년 10개월 만에 2300포인트를 넘어선 코스피 지수는 7일 2351.67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유동성 랠리에 금융시장이 연일 뜨겁다. 5일 1년 10개월 만에 2300포인트를 넘어선 코스피 지수는 7일 2351.67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지수는 1만1108.07포인트로 장을 마치면서 1971년 출범 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10일 ‘1만 고지’에 오른 이후 두 달도 되지 않아 1만1000선도 돌파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선 12월 인도분 금값이 온스당 2069.40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초로 온스당 2000달러 고지를 밟은 후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암호화폐 ‘비트코인’도 뜨겁다. 1비트코인당 1만100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1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코로나로 전 세계 2경 공급 계획
금·주식·부동산 시장 동반 호황
실물경제와 괴리 역사적 수준

한국 예금 부동자금만 1100조원
성장률 반등 땐 금리 인상 가능성
뉴딜펀드 등 출구 전략 마련 고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가격이 모두 치솟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국이 돈을 무제한으로 풀면서 유동성 랠리(Liquidity Rally)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시중에 풀린 돈은 넘치는데, 이게 소비나 기업으로 흘러들지 않아 경기 회복은 더디다. 초저금리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하자 다들 자산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기현상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은 외면하고 금 등의 안전자산에 몰렸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사뭇 다르다.
 
찰스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수석투자전략가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0.00~0.25%)인 기준금리를 고수할 방침”이라며 “미 달러화에 대한 하방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끊임없이 늘면서 경기 회복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가능성이 동시에 커져서다. 당장은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는 상황이라 떠도는 돈이 자산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올해 세계성장률 대공황 이후 최저 전망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실물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32.9%(연율 기준)로 1947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대공황 이후 최저치인 -4.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다 보니 국제유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1.95달러에 머물렀다. WTI 선물 가격은 4월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미 풀었거나 집행할 예정인 재정 규모는 2경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미국이 1경원, 일본이 4000조원가량이다. 유럽연합(EU)도 1000조원가량의 경제회복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가 자국에서 본격 확산한 이후 2조8000억 달러를 투입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내 통화량(M2·광의통화 기준) 증가율은 전년 대비 2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M2는 현금과 결제성 예금, 정기적금 등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으로 시중의 유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다. 중국 인민은행은 1분기에만 약 936조원을 시중에 공급했다. 일본은 660조원, 독일은 410조원을 풀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지난 3월 100조원의 재정을 금융시장에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4월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등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5월 기준 국내 통화량은 3053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쌓인 시중 부동자금만 3000조원, 예금 부동자금은 11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뭉칫돈이 주식·부동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3개월 사이 1800포인트대에서 2300포인트대로 치솟았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23번째 대책에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 유동성 흡수 방안 다각도 검토
 
다만 자산시장의 유동성 랠리가 영원히 이어지긴 어렵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34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이 나와 경기가 살아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고꾸라질 수도 있다. 소수 대형 기술주가 이끌고 있는 나스닥 지수에 대해서도 거품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반등하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서 부동산시장도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말 “실물경제와 자산시장 간 괴리가 역사적인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도 유동성 흡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미 연준은 유동성 공급이 충분하다고 보고 테이퍼링(tapering, 양적완화 단계적 축소) 검토에 나섰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다음달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12년 제시한 ‘에반스 룰’과 비슷한 수준의 포워드 가이던스(정책방향 선제 안내)를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내다봤다. 당시 연준은 테이퍼링 시행 조건으로 ‘실업률 6.5%, 물가상승률 2.5%에 도달할 때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한다’는 에반스 룰을 설정했다.
 
한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로부터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민자유치펀드를 적극 구상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재정만으로 불충분한 (한국판 뉴딜 등의) 사업 자금을 모으고, 자산시장에 과도하게 쏠린 유동성의 방향을 돌리면서 국민들에게 일부 수익을 돌려줄 수도 있는 일석삼조의 해법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5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뉴딜펀드 정책간담회’를 열고 민자유치펀드 방식의 뉴딜펀드 구상에 대한 금융권과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전무는 “뉴딜펀드에서 위험성이 큰 부문엔 정부가 재정 보증으로 들어가고, 선순위 부문 위주로 펀드를 조성하면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퇴직연금과 연계 운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시장에만 지나치게 몰려 제대로 돌지 않는 돈이 선순환하도록 생산적인 투자처를 개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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