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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축출” 한상혁 파동···이해찬 강조한 8월 공수처 ‘감감’

중앙일보 2020.08.07 05:12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을 쫓아내야한다.”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권경애 변호사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면서 6일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지난 5일 “이제 물러나야한다”(설훈 최고위원), “해임 건의안을 제안한다”(김두관 의원)는 등 더불어민주당 중량급 인사들의 발언이 쏟아진 데다 방통위원장까지 윤 총장 찍어내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덧대지면서 윤 총장 거취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최고조에 달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간담회를 열고 "공권력의 범죄행위로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명백히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일이 커지자 여권 일각에선 이미 예정시기(지난 7월)를 넘긴 공수처 출범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원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여권이 윤 총장을 때릴수록 공수처 출범 문제의 해법을 찾기 어려워 진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야당에 공수처장 추천위원 2명을 지명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다른 대책을 세우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수처장 임명 절차에서 사실상 거부권을 가진 통합당의 협조를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야당을 잘 달래서 가볼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러다 또 밀어붙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추미애에 이어 한상혁까지…"전선만 넓어져"

'한상혁 파동'의 충격은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간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전개돼 온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 총장의 정면충돌에 이어진 일이라 더 컸다. “(윤 총장) 장모나 부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윤 총장 부인) 김건희를 잘 안다. 윤석열도 똑같다, 나쁜놈이다” 등 발언 수위도 높았지만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이 추 장관의 개인기가 아닌 여권 전체의 조직적 움직임처럼 읽히게 됐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는 “한 위원장이 왜 3월 31일 MBC가 ‘A검사장’으로만 보도했는데도 한동훈의 이름과 부산을 언급했는지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여권과 MBC간) 권언유착의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하는 이유”라고 적었다.
 
권경애 변호사 페이스북. 인터넷 캡처

권경애 변호사 페이스북. 인터넷 캡처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해찬 대표는 윤 총장의 거취를 거론하지 말라는 데 자기 정치를 하는 인사들 때문에 일이 꼬이고 있다”며 “그럴수록 윤석열은 커지고 공수처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도 “추 장관의 움직임은 결국 우리당 지지층을 노린 정치활동”며 “법무장관은 보통 중요한 일을 할 때 드러내지 않는다. 추 장관은 반대여서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여러 사람이 무분별하게 반 윤석열 전선에 뛰어들면서 실타래가 엉켰다”고 했다. 
 

속도전 피로감

지난 7월 국회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 속도전의 여파도 공수처 출범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달 30일과 4일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 13개가 처리되기까지 모든 상임위와 본회의 의결을 단독 표결로 일관하면서 야당으로부터 “입법독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의 원내 핵심관계자는 "한번 강행처리를 할 때마다 당 지지율이 2~3%이 빠졌다가 다시 조금 회복되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독주하는 모습이 계속되면 결국 하향세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홍남기 경제총리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홍남기 경제총리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당 내부에서도 속도전 부작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속도전에 붙였다가 삐끗한 적이 있다. 지난달 14일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검증 없이 추천했다가 추천위원 1명(장성근 변호사)이 ‘n번방’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천 수락 의사를 번복하는 일이 있었다. 익명을 원한 법사위원은 “부동산 문제는 시장 상황의 시급성을 들어 긴급하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공수처는 명분이 많이 손상된 상태”라며 “합의 없이 서둘러 추진하는 데 부담이 크다”고 했다.
 

임기 20여일 남은 이해찬

최근 공수처 속도전에 가장 강한 의지를 보이는 사람은 이해찬 대표다. 총선 이후 원외 대표가 된 뒤에도 특유의 장악력을 과시해 온 이 대표지만 8·29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힘이 크게 빠진 모양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9월이면 당 대표와 정책위의장도 모두 바뀐다. 이 대표 말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인사는 “이 대표는 공수처 출범을 재임 기간 중 처리해야 할 마지막 과업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지만 야당이 추천위원을 지명해도 공수처장 후보 선출과 인사청문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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