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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팀 내부서도 “MBC 권언유착 제대로 수사를” 보고서

중앙일보 2020.08.07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팀 내부에서조차 ‘권·언 유착’ 의혹 관련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채널A 수사와 형평성 문제제기
보고서 낸 검사는 원대복귀 조치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한 검사는 채널A 의혹을 보도한 MBC와 ‘제보자X’ 지모(55)씨 등 ‘권·언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 방향을 담은 100여 장 안팎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이 검사는 ‘레드팀’(반대 입장을 내는 역할을 맡은 팀) 역할을 하다가 최근 원대복귀 조치됐다.
 
이에 대해 한 검사는 “(보고서를 쓴) 검사가 이동재 전 기자는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는데, 정작 ‘권·언 유착’ 의혹 수사는 드러난 정황에 비해 수사 진행이 너무 더디다고 본 것”이라며 “보고서 작성으로 수사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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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 의혹을 제보한 지씨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상대로 함정을 파고 이른바 ‘검·언 유착’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팀은 지씨를 세 차례, 의혹을 최초 보도한 MBC 기자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강제 수사가 없었던 만큼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수사팀은 지난 4월 채널A와 함께 MBC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MBC만 기각됐다. 당시에도 ‘중앙지검이 수사에 대한 형평성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수사팀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한 5일 직전인 4일 밤 10시쯤에도 공소장 작성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고 한다.
 
한 검사장 공모 사실을 포함하느냐를 놓고서다. ‘한동훈 공모’를 포함한 안과 포함하지 않고 ‘공소 외’로만 적은 두 가지 안을 두고 다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결국에는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충분한 증거가 수집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다고 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제외하고 수사팀 실무를 담당하는 부부장 이하 검사 전원이 이 전 기자 공소장에 한 검사장 공모 혐의를 포함시키는 데 회의적이었다는 것이다.
 
수사팀 분위기는 최근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한다. 수사팀장인 정진웅 형사1부장이 한 검사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해 논란이 된 ‘육탄전’ 이후 더욱 심화됐다는 전언이다.
 
이 전 기자 기소를 즈음해 수사팀 소속 일부 검사들이 출근하지 않는 일도 빚어졌다. 한 검사는 “검사 생활을 하는 수십 년 동안 국민적 관심을 받는 주요 수사를 맡은 검사들이 갑자기 휴가를 쓰는 일은 처음 봤다”며 “이는 명백한 반발”이라고 평했다.
 
박사라·김수민·나운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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