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단지는 전세 매물 0개"···임대차 3법에 우는 신규 세입자

중앙일보 2020.08.06 18:13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규제에 서울 전세값 폭등 및 매물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뉴스1.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규제에 서울 전세값 폭등 및 매물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뉴스1.

직장인 이모(29)씨는 지난달 말 서울 마장동 대성유니드(전용 59㎡) 전세를 4억2000만원에 계약했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두고 6개월이나 앞서 구한 신혼집이다. 이씨는 “요즘 전셋값은 치솟는데 매물이 줄어 불안했다”며 “이러다 아예 신혼집을 못 구할 거 같아 미리 계약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현재 이 단지에 전세 매물은 0개”라며 “전세 찾는 사람은 많은데 이달 들어 매물이 뚝 끊겨 호가만 2000~3000만원씩 오르고 있다”고 했다.
 
세입자의 권한을 강화한 ‘임대차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상한제(5%)가 지난달 31일 시행된 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7%를 기록했다. 지난주(0.1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주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12월 말(0.19%)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게 상승했다. 경기도 전셋값도 2015년 4월 20일(0.35%) 이후 5년4개월여 만에 0.29% 치솟았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감소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감소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강북 대단지도 “전세 물건 없어요”

 
전셋값 상승 압력을 키운 건 시장에서 사라진 전세 물건이다.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소급적용)으로 버티고, 집주인이 실거주하거나 물건을 거둬들이며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신규 세입자다. '전세 품귀' 현상 속 전세 물건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집주인이 신규 계약 때 4년 계약을 염두에 두고 보증금을 올려 받기 때문이다.  
 
전체 3830가구가 사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는 현재 전세 매물 한 개가 전부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김모 대표는 “지난달에 다 계약하고 전세 물건은 84㎡ 하나 남았다”며 “이조차도 집주인이 연초보다 1억5000만원 이상 오른 5억원을 부르고 있다”고 했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단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6ㆍ17대책에서 분양권을 받으려면 ‘조합원 2년 실거주’ 요건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전세를 놨던 집주인이 만일을 대비해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돌아오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현재 재건축 이슈가 있는 목동 신시가지 8ㆍ9단지에 나오는 전세 매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난은 통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계약(월세 포함)은 8941건으로 올해 처음 1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1년 전(1만3789건)과 비교하면 35% 이상 줄었다. 세입자 확정일자가 추가 신고될 가능성은 있지만, 감소 추세가 바뀌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2500만원 올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2500만원 올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미사 파밀리에 84㎡ 전셋값 6억? 

 
전세 매물이 줄면서 전셋값은 급등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전셋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의 미사강변파밀리에(84㎡) 전세가 6억원에 나오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같은 평형이 지난달 22일 임대차3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5억원에 거래됐던 단지다. 보름 사이 전셋값이 1억원 뛰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아이파크시티 7단지(59㎡)는 소형 평수임에도 5억3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계약된 전세 보증금(3억6000만원, 국토부)보다 47% 올랐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임대차 시장이 안정화되려면 지금처럼 임대인에 대한 규제 위주의 정책보다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르는 것은 전셋값만이 아니다. 아파트값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첫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4%, 수도권은 0.12% 상승했다. 거래는 얼어붙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588건으로 전달의 48% 수준에 불과하다. 1년 전과 비교해 16% 줄었다.
 
염지현·최현주 기자 yjh@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