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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탄원서 600통 썼다, '화성8차' 닮은 中 억울한 옥살이

중앙일보 2020.08.06 16:13
2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장위환이 84세 노모를 안고 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4일(현지시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트위터 캡처]

2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장위환이 84세 노모를 안고 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4일(현지시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트위터 캡처]

 
중국에서 2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성이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고 영국 BBC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남성은 중국 수사기관의 고문 끝에 허위 자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4일 장시(江西)성 고급인민법원은 살인 혐의로 27년째 복역하던 장위환에 대해 “장씨의 혐의를 입증할 어떤 직접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로 자유를 얻은 장씨가 교도소에 있었던 기간은 무려 9778일. 이는 중국에서 억울하게 복역한 최장 기록이다.
 
장씨의 억울한 사연은 1993년 10월 장시성 난창시 한 마을 저수지에서 소년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의 이웃이었던 장씨가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체포된 것이다. 당시 장씨의 나이는 25세였다.
 
이후 난창 법원은 1995년 1월 장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대신 2년을 복역하면 종신형으로 감형시켜주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선고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600통이 넘는 재심 탄원서를 넣었다. 결국 지난해 3월 장시성 고급인민법원은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검찰도 재수사 끝에 그해 7월 장씨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재심 끝에 4일 장시성 고급인민법원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법원을 대표해 장위환에게 사과한다. 그는 국가 배상 청구권이 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아직 두 소년을 죽인 진범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약 27년의 억울한 투옥 생활을 마치고 걸어 나온 장씨가 84세의 노모와 그의 전처와 상봉하는 장면은 중국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4일(현지시간)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장위환이 복역중 이혼한 전처와 만나 손을 잡고 있다. [트위터 캡처]

4일(현지시간)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장위환이 복역중 이혼한 전처와 만나 손을 잡고 있다. [트위터 캡처]

 
장씨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84세가 돼버린 어머니를 알아보기가 제일 힘들었다”고 전했다. 또 “청년으로 들어가 중년이 되어 나왔다”면서도 “결백을 믿어준 당국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씨의 변호사에 따르면 그는 700만 위안(약 12억원)의 보상금을 국가에 청구할 예정이다.
 
BBC는 장씨의 소식을 전하며 그간 중국에선 공안이 잠을 못 자게 하거나 담뱃불로 지지고 구타하는 등 고문을 통해 자백을 강요해온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피의자의 자백만으로도 유죄 판결이 대부분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0년부터 사형 선고는 대법원만 가능하게 하고, 자백만으로 판결을 내리는 관행을 지양하도록 사법 체계를 다듬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한국에서도 화성 연쇄살인사건 중 8번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여년 간 옥살이를 한 남성이 진범 이춘재의 자백으로 무죄인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남성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하다 2009년 가석방됐다. 그는 “당시 수사 기관의 고문 끝에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며 현재 재심을 진행 중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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