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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41% “재미없고, 지루해”…보어 아웃(Bore Out) 빨간불

중앙일보 2020.08.06 09:53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직장인 김지욱(가명) 씨. 김 씨의 일과는 단조롭기 그지없다. 오전 9시쯤 출근해 두어번 회의를 한다. 점심을 먹은 다음엔 영업현장을 둘러본다는 이유로 외근을 나간다. 거래처 사람들과 만나 가볍게 잡담을 나눈 뒤 오후 4시 전후해 회사로 돌아온다. 
 
처음부터 그가 그랬던 건 아니다. 업무 자체가 단조롭다 보니, 지루함을 자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팀 직원들 역시 온종일 주식과 부동산 관련 사이트를 뒤적이는 게 주요 일과가 됐다. 다니던 회사가 성장을 멈추면서 사실상 승진길이 막힌 것도 동기부여가 잘 안되는 원인 중 하나다.  
 
김 씨처럼 직장인 5명 중 2명은 직장생활의 지루함과 단조로운 업무에서 비롯된 의욕상실을 뜻하는 ‘보어 아웃(Bore-Out)’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로를 의미하는 ‘번 아웃(Burn-Out)’과는 정반대 상태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산책 중인 직장인들. [연합뉴스]

점심식사를 마친 뒤 산책 중인 직장인들. [연합뉴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6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82명을 대상으로 ‘보어 아웃’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 직장인 중 41%(321명)가 보어 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대리급(45.1%)에서 보어 아웃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높았다. 과장급 이상은 42.6%, 사원급은 이 비율이 39.5%에 그쳤다.  
 
보어 아웃을 경험한 이유(복수응답)로는 ▶ 체계적인 관리시스템ㆍ동기부여가 없어서(35.2%), ▶ 능력에 비해 쉽고 단조로운 업무만 맡아서(34.9%), ▶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서(34.9%)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 일이 너무 없어서라고 답한 이도 16.2%나 됐다.  
 
직장인들을 ‘이직(44.5%)’가 보어 아웃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으로 꼽았다. 이어 ‘꾸준한 공부/자기 계발(33.3%)’, ‘여행/휴식을 통한 리프레시(27.1%)’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실 보어 아웃은 우리나라 직장인 말의 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프랑스 향수회사인 ‘인터파퓸’에서 이사로 일했던 프레드릭 데스나드가 보어 아웃을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 화제가 된 일도 있다. 당시 데스나드는 매년 8만 유로(약 1억13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지만, 하루 20~40분 사장의 심부름을 하는 것 외엔 일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사에 응한 직장인 중 46.9%가 “업무 시간 중 딴짓을 한다”고 답했다. 업무 시간 중 주요 딴짓은 ‘인터넷 쇼핑(41.7%)’과 ‘메신저(35.4%)’, ‘뉴스 검색(32.2%)’ 순이었다.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65분을 딴짓에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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