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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사설탐정시대 열려…"억울한 일 생기면 찾아주세요"

중앙일보 2020.08.06 07:00

“네. 탐정 권대원입니다”

 
민간협회에서 탐정 자격증을 취득한 권대원(64)씨가 5일부터 공식적인 탐정 활동을 시작했다. 권씨는 이날 '변사 사건의 경위를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사망 현장을 찾았다. 경찰 수사가 이미 끝났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족이 탐정인 권씨에게 사건을 의뢰한 것이다. 권씨는 현장 사진과 망자의 유족·지인들의 증언 등을 수집해 의뢰인에게 넘길 계획이다. 그는 "의뢰인은 내가 수집한 증거를 가지고 경찰에 이의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탐정 사무소 간판 [사진 대한탐정연합회 제공]

탐정 사무소 간판 [사진 대한탐정연합회 제공]

 
탐정은 탐문·관찰 등 합법적인 수단으로 ‘특정 사실관계를 파악하거나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직업’이다. 주요 업무는 교통사고나 화재, 보험 사기 등을 조사하는 일부터 기업부정이나 해외도피자를 찾아내는 일까지 다양하다. 사건 해결 기여도를 인정받아 한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대부분 탐정제도를 도입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일본·독일에서 각각 2만~6만명의 탐정이 활동 중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국회가 신용정보법에서 탐정 금지 조항을 삭제하면서 5일부터 '탐정'이라는 명칭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이전에도 사실상 탐정업을 해온 이들이 이미 20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권씨 역시 4년간 '생활탐색사'로서 사실상 탐정업을 해왔다. 그동안 탐정이 아닌 '생활정보탐색사' 혹은 '민간조사원' 등으로 불려왔을 뿐이다. 권씨는 “앞으로는 수사기관이 돕지 못하는 억울한 일이 생기면 ‘탐정’을 검색하면 된다”며 “탐정 사무소를 실생활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내부 사건 조사해드립니다" 기업 전문 탐정도 등장

'기업 전문 탐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법무법인 민의 기업위기관리센터[사진 법무법인 민 제공]

'기업 전문 탐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법무법인 민의 기업위기관리센터[사진 법무법인 민 제공]

 
탐정 영업이 공식화하자 기업 내부의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탐정 업체들도 수면 위로 나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5일 법무법인 민의 내부 기관인 기업위기관리센터는 "우리 센터는 경찰 대학 출신 인력들로 구성돼 있다"며 "기업이 필요로하는 전문 탐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위기관리센터 관계자는 "기업 내부의 사건 사고의 경우, 관련 증거나 증언을 수집해야 하지만 기업이 이런 과정을 직접 담당하긴 어렵다"며 "기업이 민·형사 소송을 염두에 둔 경우 전문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센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 기업들은 흔히 이용하는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정수상 탐정연합회 회장은 "탐정업이 잘 갖춰진 일본의 경우 각 분야의 전문 탐정들이 있다"며 "한국도 보험 사기, 사망 사건, 기업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탐정이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테두리 안 영업해야" 경찰 지도감독 예고

경찰은 이에 대해 "탐정업체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를 막고자 올 하반기 탐정 업체 특별 지도 및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탐정 업체와 심부름센터, 흥신소를 단속해 불법행위를 하는 업체를 엄단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탐정이 배우자의 부정행위 등 민·형사 재판 중인 증거 수집 행위는 변호사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또 잠적한 채무자의 은신처 파악, 가출한 배우자 소재 확인 등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 경우 탐정과 의뢰인 모두 처벌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민간 탐정으로서 수사가 끝난 사안이나 공개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괜찮다"며 "시민분들은 불법 흥신소나 심부름센터가 아닌 합법적인 탐정업체를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탐정 자격증을 발급하는 11개 협회를 대상으로 자격증 허위·과장광고 여부 등도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는 탐정 제도의 안정성을 위해 '공인 탐정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탐정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탐정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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