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소문 포럼] ‘균형발전’ 세종만 있나

중앙일보 2020.08.06 00:25 종합 25면 지면보기
염태정 사회부디렉터

염태정 사회부디렉터

세종시는 공사 중이다. 대전에서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 중심부로 들어가기 위해 금강교에 들어서자 하늘 높이 솟은 회색 콘크리트 건물과 노란 타워크레인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행정수도 이전이 불쑥 튀어나온 뒤 세종시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지난 주말 친구 만나러 대전에 간 김에 둘러봤다. 길이 3.6㎞에 달하는 정부청사 주변은 제법 신도시 냄새가 나고 강변에는 아파트가 우뚝 솟아있지만 곳곳이 공사장이다. 주상복합에서 아파트·상가까지 다양하다. 금강보행교라는 원형의 독특한 다리도 세워지고 있다. 국회의사당 후보지로 거론된다는 호수공원 인근 너른 공터엔 잡풀이 무성하다. 세종시 전체론 부산하고 다소 황량한 느낌이다. 그래도 세종호수공원은 넓고 시원했다. 책을 펼쳐놓은 모습을 형상화한 국립세종도서관은 호수와 잘 어울렸다.
 

정책 실패 속 불쑥 나온 수도이전
‘천도’ 주장 후 세종시 집값만 폭등
부동산문제 해결과 균형발전 별개
혁신도시 비롯 고른 지역개발 필요

세종시는 브라질리아를 떠오르게 한다.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는 세종처럼 균형발전을 위한 계획도시다. 직전 수도인 대서양 연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내륙으로 970㎞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1950년대 후반에 착공돼 60년 완공됐다. 당시 주셀리누 쿠비체크 대통령(1902~1976, 재임 1956~61년) 지휘 아래 군사작전하듯 만들어졌다. 헬리콥터로 자재를 공수하기도 했다. 주요 건물은 세계적 건축가인 오스카 니마이어(1907~2012)가 설계했다.
 
2004년 7월 브라질리아에 간 적이 있다. 온 나라가 수도이전 문제로 시끄러울 때였다. 그해 5월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브라질리아는 멋진 건물도 많고 널찍널찍했는데 황량한 느낌이었다. 주말엔 상당수 공무원이 상파울루나 리우로 나가 텅 빈 도시가 된다고 했다. 미 포브스는 2012년 12월 니마이어 사망을 계기로 다룬 브라질리아 기사에서 ‘멋진 건물이 많지만, 정상적인 도시라 할 수 없다. 일종의 오피스 캠퍼스’라고 평가했다. 2012년 얘기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소문 포럼 8/6

서소문 포럼 8/6

세종시가 오피스 캠퍼스가 돼선 안 된다. 세종시가 광역자치단체로 공식 출범한 게 2012년 7월이니 벌써 8년이다. 그런데 여전히 곳곳이 공사 중이다. 도시 인프라는 부족하다. 청사 주변만 도시 냄새가 나지 거기만 벗어나면 아직 개발이 덜 된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진짜 사람 냄새 풍기는 도시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은 지금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방패막이 처지가 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와 청와대, 정부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옮길 것을 주장했다. 그리했을 때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문제 해결과 균형발전은 별개다. 균형발전의 결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것과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를 이전하고 균형발전을 말하는 건 다르다. 그러니 여권 내부에서조차 정책실패를 가리기 위한 거냐는 비난이 나온다. 이미 위헌 결정도 나왔다. 개헌·국민투표·특별법 제정 등 방법론을 둘러싸고도 논란이다.
 
균형발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온 국민이 찬성한다. 서울·수도권 인구가 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과밀화는 해소돼야 한다. 균형발전은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그게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수도이전이냐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방제 수준의 분권과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하지만 잠시였다. 균형발전은 북한·경제 이슈에 밀려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시점에 수도이전과 함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수도이전 발언은 서울·수도권 집값을 잡기는커녕 세종시와 인근 지역의 집값만 올리고 있다.
 
균형발전의 또 다른 축은 제주·원주 등 전국 10곳에 있는 혁신도시다. 혁신도시도 조성에 나선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생활여건이 미흡하다. 정부는 성과를 자랑하지만, 서울을 오가며 두 집 살림하는 경우가 꽤 많다. 도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혁신도시 개발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움직임과 지원 요구도 줄을 잇는다. 여당은 균형발전을 말하며 세종시로의 수도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행정수도이전 추진단을 만들었다. 국회 차원의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 설치도 제안했다. 이 정부의 진짜 목표는 집값 안정이 아니라 세금 걷기란 비아냥이 나오고 ‘나라가 니꺼냐’며 시위가 이어지니 뭔가는 해야 하겠지만, 균형발전을 진짜 하는 거라면 세종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혁신도시를 비롯한 지역 도시를 골고루 발전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
 
염태정 사회부디렉터
공유하기
광고 닫기